지난해 10월 국회감사에서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금융기관 임원들의 연봉이 최고 3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져 공적자금으로 임원 월급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상장사 임원연봉을 주총에서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투명경영은 이제 기업들에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원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노사관계에서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사측에서는 임원들의 역할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해 주고, 노조측에서는 사측에서 공정한 연봉 책정 기준을 제시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서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회사경영에 크게 관여한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고, 그에 합당한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을 이해 못할 사원들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정부정책으로 거론되기 이전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도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경환 서울 광진구 구의2동
▼부작용 있겠지만 투명경영이 더 중요▼
사실 이 제도는 상장기업들의 자업자득에 가깝다. 재벌그룹의 계열사, 벤처기업, 일반 기업 할 것 없이 경영자들이 온갖 비리를 일삼고 회사를 마음대로 주물러 그 피해가 소액주주들이나 국민경제에 전가되어 왔다. 따라서 투명경영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임원 연봉 의무 공개는 당연한 것으로 본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들도 회계정보 공시 강화 차원에서 공개되었으면 할 정도다.
무리하게 책정된 스톡옵션의 경우에도 더 이상 회사 경영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제도 보완을 함께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재벌총수나 대주주들의 횡포가 완전히 뿌리뽑히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도 보호됐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부작용은 어쩔 수 없다. 우선 상장사부터라도 임원 연봉이 공개되어 합리적인 검증을 받는 시스템이 자연스레 구축되기를 바란다.
정인식 부산 금정구 구서2동
▼정당한 대가도 ´과잉보수´ 매도 우려▼
기업 임원 연봉을 공개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은 사생활 침해이기도 하지만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면 경영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수가 과도한 것으로 매도될 우려가 크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인들이 의욕을 갖고 경영활동에 매진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지난해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이뤄냈을 때 우리 국민 대부분은 아마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기업경영에서도 경영진의 역할은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만일 히딩크 감독에 대한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며 여론재판이 벌어지고, 축구협회가 이에 밀려 보수를 줄이거나 감독직에서 해임했다면 월드컵 4강신화가 가능했을까.
이제는 한 사람이 수십 만, 수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시대다. 기업 임원들에 대한 보수는 그런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여론재판식으로 몰아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손성목 인천 서구 가좌3동
▼흑자경영이 우선…자율에 맡겨야▼
대통령당선자는 할 일이 많다. 정책에도 우선 순위가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상장사 임원 연봉을 주총에서 공개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우선적으로 해야 할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기업들이 이만큼 성장해온 데는 정부의 뒷받침도 무시할 수 없고 직원들의 기여도 컸지만 기업 총수와 임원들의 기발한 두뇌와 피와 땀을 바친 노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세계가 동반 불황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급선무는 아직까지도 흑자 경영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때인가는 임원 연봉이 부작용 없이 공개될 날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닌 것같다.
최돈애 서울 송파구 송파동
■‘상장사 임원 연봉 의무 공개’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에 감사 드립니다. 집계 결과는 ‘찬성 78%, 반대 22%’였습니다.
다음 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경찰 수사권 독립’입니다. 최근 경찰청은 수사권 독립을 위해 절도 폭력 교통사범 등 민생범죄와 경미한 범죄에 한해 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행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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