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덩치키우기 경쟁

  • 입력 2003년 1월 15일 18시 26분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내로라 하는 국내 대형 병원들이 앞다퉈 병동 신·증축에 나서고 있다. 내년 12월 완공 목표로 기존 병동 옆에 한창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원대연기자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내로라 하는 국내 대형 병원들이 앞다퉈 병동 신·증축에 나서고 있다. 내년 12월 완공 목표로 기존 병동 옆에 한창 골조가 올라가고 있는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원대연기자
대형 병원들이 잇따라 ‘덩치 키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의료원, 강남성모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등 굵직한 병원들이 최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 병원을 짓거나 증축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는 환자가 중소 병원을 기피하고 대형 병원으로 대거 몰리는 ‘병원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외국 유명 병원들이 국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6년 의료시장이 개방되기 전에 규모를 키워놓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진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런 덩치 키우기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는 한편 이에 따라 병원의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심화돼 중소 병원이 잇따라 도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3월 총 335억원을 들여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의 새 병원 착공에 들어간다. 내년 12월 병원이 완공되면 병상 수는 1000여개로 늘어난다.

연세의료원은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새로운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짓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병상 수는 2500개로 늘어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별관건물도 곧 첫 삽을 뜰 예정.

강남성모병원은 2010년까지 각각 400∼500병상, 500∼600병상 규모의 새 병원 2개를 증축한다는 장기계획을 확정했다. 우선 1단계로 800억∼900억원을 들여 병원 1개와 부대시설을 지을 예정.

삼성서울병원은 지하 7층, 지상 11층 규모의 새 병원 증축을 놓고 세부사항을 검토 중이며 길병원도 경기 부천시에 새 병원을 짓는 것을 검토 중이다.

대형병원 병상 규모 변화
병원현재 병상수증축후 병상수
신촌세브란스병원15002500
고려대구로병원640900
강남성모병원8301200
경희대병원9701400
삼성서울병원12502000
중앙대병원8001000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11월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의 교육연구관 건립공사에 착공했으며 서울대병원은 어린이병동을 일부 늘리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경희대병원은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제2의료원을, 중앙대병원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새 병원을 짓고 있다.

대형 병원들의 이런 몸집 불리기는 결국 중소병원 몰락→2차 의료기관 붕괴로 이어져 결국에는 환자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중소 H병원 관계자는 “마땅한 2차 의료기관이 없어 급한 환자도 대형 병원을 찾아 몇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응급처치를 받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대형 병원이 적자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증축경쟁이 재정악화와 병원부실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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