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냐. 시민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경기 부천 상동신도시를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의 하부 공간 활용방안을 놓고 한국도로공사와 부천시가 수년 째 갈등을 빚고 있다.
1998년 개통한 순환도로의 하부 공간 중 갈등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은 부천시 구역인 송내IC∼굴포천의 약 3.3㎞(폭38.8∼63.7m) 구간.
면적이 24만7700㎡에 이르지만 아직 활용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빈 공간으로 방치돼 있다.
▽갈등 배경=하부공간 소유주인 도로공사는 96년 9월 수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16억여원을 들여 배송센터와 창고 등을 갖춘 화물 유통시설을 건립하겠다는 방침을 시에 통보했다.
시설 허가권자인 시는 유통시설이 들어서면 대형 화물차 통행에 따른 소음과 교통난 등에 따른 주민 반발이 우려된다며 허가를 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시는 순환도로 건설비 가운데 320억원을 분담했으므로 하부 공간을 시가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8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상동신도시를 연결하는 내부 도로와 주차장, 공원 등으로 개발하겠다는 것.
▽줄다리기=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도로공사는 2000년 6월 상동신도시 LG아파트∼굴포천의 시계(市界) 1.5㎞는 시가 사용하고 나머지 구간 약 1.8㎞는 공사가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화물 유통시설이 아닌 전자상가와 대형 할인매장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시는 순환도로가 상동신도시를 사실상 양분한 데다 교통유발시설 건립에 따른 교통난, 상동신도시 동서도로망 단절에 따른 도시기능 저하 등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
대신 시는 주변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최근 26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하부공간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을 맡겼다.
▽전망=하부 공간 활용방안을 둘러싼 시와 공사 간 줄다리기는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도로공사는 “시의 요구대로 모든 하부공간에 공익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무리”라며 조만간 사업자를 모집해 제안서를 받은 다음 수익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시는 “유통시설은 절대 허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4월경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활용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부천 경실련 권순호(權純鎬·32)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활용방안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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