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박홍양교수 주례 사례비 모아 장학금

  • 입력 2003년 1월 16일 18시 05분


한 대학교수가 10년 동안 꾸준히 제자들의 결혼식 주례를 서 주고 받은 사례금을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건국대 축산대 박홍양(朴弘陽·57) 교수. 그는 사례비를 받을 때마다 ‘감사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91년부터 축산대 ‘축우장학회’에 기부했다. 장학회는 박 교수의 장학금을 포함해 연간 5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40대 중반의 나이부터 그가 주례를 맡게 된 것은 ‘주례 부탁이 너무 많으니 도와달라’는 한 노교수의 부탁 때문. 그는 당초 “60세 이전에는 주례를 맡지 않겠다”고 마다했다.

“제자들 부탁으로 주례를 서기는 했지만 왠지 탐탁지가 않았다. 그러나 사례금을 의미있는 일에 쓰자는 생각이 들자 용기가 났다.”

박 교수가 생각한 ‘의미있는 일’은 바로 사례비로 장학금을 만드는 것. 자신이 대학 시절 받아온 장학금을 돌려줘야겠다는 생각도 이런 뜻의 밑바탕이 됐다.

박 교수는 1년에 평균 3, 4쌍의 주례를 서면서 적게는 20만원부터 많게는 50만원까지 사례비를 받아 1000여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

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그의 ‘발상’은 더 큰 장학금을 낳는 계기가 됐다.

주례를 부탁했던 한 졸업생이 박 교수의 뜻에 동조해 매달 150만원씩 3년 동안 실험실 기금을 지원해 박 교수가 한우 유전자 감별 벤처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16일 이 회사에서 나온 이익의 일부를 쪼개 4년마다 1억원씩 학교측에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박 교수는 “앞으로 회사가 더 크게 되면 더 많은 장학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자신의 주례사 내용에 대해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부부가 매일 매일 서로에게 공경과 정성을 다하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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