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는 미 공군 대위 브렌트 그로미터씨(31)는 요즘 주말마다 서해안 지역을 돌며 탐문 여행에 열심이다. 한국 근무기간(13개월)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아버지가 부탁한 일을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아버지 데이비드 그로미터씨(72)는 6·25 전쟁중인 1952∼1953년 서해안 레이더기지에서 근무했던 참전군인. 아들 브렌트씨가 한국에서 교환 근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자신이 근무했던 곳을 사진에 담아와 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그는 레이더 기지가 ‘성기미(Sung-Gi-Mi)’라고 불리는 지역에 있었지만 행정구역은 태안 서산 당진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는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참고로 하라며 주둔 당시 부대와 주변에서 사진 1000여장이 담긴 사진첩을 건넸다.
브렌트씨는 이들 지역의 자치단체나 동네 노인들을 상대로 수소문에 나섰다. 단촐한 단서인 ‘성기미’라는 단어와 사진첩을 제시하며 자료를 확인하거나 기억을 더듬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언제 다시 아버지의 근무지를 찾을지 기약할 수 없다”며 “빨리 찾아야 할텐데…”라며 초조해 했다. 교회에서 알게된 서울의 기독교과학교회 자원봉사자 현소환씨(65·전 연합뉴스 사장) 등은 브렌트씨와 동행하며 근무지를 찾는 작업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브렌트씨는 “최근 ‘성구미’라는 이름의 포구가 있고 미군 부대 주둔지였다는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 지역이 아버지의 근무지였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근무지로 확인되면 사진을 많이 찍어 아버지 소원을 풀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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