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과 현지 기업과 합작, 판매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은가?’
‘어떤 행위가 다수에게 행복을 주지만 소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예를 우리 사회에서 찾는다면?’
16일 실시된 서울대 2003학년도 정시모집 심층면접에서는 교양과 논리적 사고력을 묻는 다양한 문제가 출제됐다.
1단계 합격자를 대상으로 이틀간 실시되는 심층면접은 문과 계열의 경우 수험생들에게 공통 지문을 주고 점차 난이도 수준을 높여가며 추가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과계열 기본소양평가에서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와 존 롤스의 ‘정의론’,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양반의 토지 겸병(兼倂) 시정을 요구하는 상소문 등 3개의 지문이 제시됐다.
공통 질문으로는 영문으로 된 공리주의에 대한 지문 내용을 요약하고 다수의 행복과 소수 권리의 소중함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단과대학별 특성이 반영된 추가 질문에서는 시사성이 있는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사회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주장한 선 분배 후 성장과, 선 성장 후 분배 중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지’에 대해 물었고, 인문대 수험생에게는 촛불시위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경영대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에 대한 정당성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자연대 학업적성평가의 경우 수학교과에서 미분함수의 증명문제가 출제됐고, 지구과학교과에서는 달의 환경과 지구 환경의 차이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
문과계열 수험생들은 질문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어서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이과계열 수험생들은 대체로 평이했다고 대답했다. 인문대를 지원한 김유리양(한영외고 3년)은 “질문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여서 어려웠다. 서로 다른 지문과 지문을 연관해서 사고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물리학부를 지원한 옥지원군(부산 동인고 3년)은 “문제가 예상된 분야에서 출제돼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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