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000억 수사전망 "대출과정-사용처 집중 추적"

  • 입력 2003년 1월 16일 19시 09분


‘4000억원 대북 지원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사안의 핵심은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대출된 돈이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이다.

검찰은 돈의 흐름만 제대로 파악해 대출된 돈이 실제 어디에 쓰였는지를 밝히면 의혹을 규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측은 대출금으로 2000년 6월7일부터 8월 말에 걸쳐 선박용 선료(1500억원), 선박건조 관련 상환금(590억원), 기업어음(CP) 매입(1740억원), 만기 회사채 매입(170억원)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왜 현대상선이 한꺼번에 4000억원을 인출해 2개월에 걸쳐 사용했는지, 왜 2000년 반기보고서에 산업은행 대출금 4000억원을 누락해 기록했는지 등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현대상선 자금담당 임원 등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와 관련 회계장부 조사, 광범위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대출금 사용을 놓고 현대그룹측과 마찰을 빚다 사임한 것으로 알려진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에 대한 조사도 해결의 중요한 열쇠다.

하지만 검찰의 본격 수사는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끝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달 안에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 작업을 정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수사는 지난해 10월 한광옥(韓光玉·현 민주당 최고위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엄 전 총재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근영(李瑾榮·현 금융감독위원장) 전 산업은행 총재로부터 한 전 실장이 현대상선에 대출해주도록 지시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고, 한 전 실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엄 전 총재를 고소했다.

그 후 한 전 실장의 고소사건은 서울지검 형사4부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됐지만 한 전 실장이 지난해 11월 정치공방에 이용된다는 이유로 고소를 취하하면서 종결됐다.

같은 달 15일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 2개 시민단체는 이근영 전 총재와 박상배(朴相培) 산업은행 부총재, 김충식 전 사장 등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했고 금융사건 전담부인 형사9부에 배당돼 수사가 시작됐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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