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8시55분경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16층 옥상에서 국세청 조세박물기획단 6급 직원 김모씨(47)가 뛰어내린 후 건물 뒤편 잔디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청원경찰 이모씨(41)는 “이날 오전 8시반경 김씨가 택시에서 내려 출근하는 모습을 봤다”며 “누군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가보니 김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의 옷 주머니에 남긴 유서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한 뒤 ‘이 길이 전체를 위한 길이라 믿었다. 대의를 위해 간다’는 내용을 남겨 자신의 자살이 업무 혹은 직장과 관련됐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유서는 또 ‘아빠의 잘못이 있었더라도 용서해다오. 그리고 아빠의 일은 알려고 하지도 말고 있어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자신의 ‘사인(死因)’을 캐지 말 것을 부탁했다.
김씨의 부인 석모씨(46)는 “남편이 평소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는 등 직장일로 힘들어했다”며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자살 전날인 19일 오후 2시경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도중 어디선가 전화를 받고 한참동안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며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화와 이번 일이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99년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했으며, 명문대에 다니는 딸(대학 2년)과 아들(고교 3년)이 있으며 아파트를 2채 소유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김씨가 평소 내성적이고 비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가정 불화를 겪는 등 개인적인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으나 김씨의 가족들은 “가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1999년 4월 세무사 이모씨(66)가 잡지를 통해 “김씨가 납세자와 그 가족들까지 출두시켜 세무조사를 하는 등 공갈을 했다”고 주장하자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지난해 10월 승소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의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업무와 관련된 의혹과 가정 불화 등 자살 원인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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