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서울' 교재로 도시계획 강의개설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22분


/전영한기자
/전영한기자
미국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의 건축 및 도시계획과에 서울을 ‘교재’로 한 수업이 개설된다. 서울에 실재(實在)하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가상의 재개발’을 탐색해보는 수업이다. ‘서울 스튜디오(Seoul Studio)’라는 이름의 이 수업은 이달 말부터 5월까지 계속되는 한 학기 과정이다. 모두 12명의 석사과정 학생이 강의를 들을 예정. 학생들은 도시계획을 세우고 세부 건축물을 디자인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강의는 건축 및 도시계획과 학과장인 로돌포 마차도 교수(61·사진)가 맡는다. 93년부터 하버드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마차도 교수는 93년 전미건축가협회(AIA)의 최우수상(National Honor Award)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은 미국 최고 수준의 건축가로 대학 건물을 설계하는 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17일 지도학생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교재가 될 지역을 돌아보고 사전 연구하는 것이 방한 목적이다.

―수업은 어떤 성격이며 어떻게 진행되는가.

“서울의 실재 지역을 학생들이 나름대로 새롭게 꾸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울 이전에는 도쿄, 상하이의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서울에 기반을 둔 건축 디자인회사 ‘크리폴리오’의 도움을 받아 압구정동과 삼성동 일부 지역을 수업 대상으로 택했다. 학생들은 이 지역에 상업시설, 주거시설, 공원 등을 디자인해 제출하게 된다. 5월에는 하버드대와 서울에서 학생들의 성과를 전시할 계획이다.”

―서울을 수업 대상으로 택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크리폴리오로부터 제안이 있었다. 이 회사에 하버드대 출신이 많은 것이 인연이 됐다. 학생들의 연구성과를 참조해 실제 도시개발에 적용해 보겠다는 것이 이 회사측의 계획이다. 게다가 서울은 도시가 크면서도 인구가 밀집됐다는 특징이 있어 도시계획 측면에서 관심이 가는 도시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학교에서 강의 개설을 결정했다.”

―학생들의 연구 성과가 서울의 도시계획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학문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 곧바로 실생활과 연결된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를 단초로 정부나 사설 건축회사에서 발전된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본 서울은 어떤가.

“첫 방문인데, 놀랍다. 우선 거리에 자동차가 무척 많다는 점. 다음은 도시 규모에 비해 전망과 조경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차공간과 전망의 확보 면에서 우리 학생들이 답을 주었으면 한다.”

―서울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좁은 공간을 ‘수직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층 주차건물이나 층마다 영화관이 있는 건물은 외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도시의 밀도 때문일 것이다. 반면 주거 공간인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창의성이 부족하고 획일적이지 않나 싶다.”-서울의 현안은 청계천 복원 계획인데, 이에 대해 아는 점이 있는가.“들어본 적은 있지만 뭐라 말할 정도의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청계천 지역을 한 차례 방문해봤다. 고가도로 주변의 큰 건물들(세운상가)은 청계천 지역의 특성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이런 이미지는 살려갔으면 한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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