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양씨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시화공단과 1㎞ 밖에 떨어지지 않아 여름이면 악취 때문에 온 가족이 고통을 겪는다”며 “남편 직장이 시화공단에 있어 너무 멀지 않는 곳으로 이사한다”고 말했다.
13만여명이 거주하는 시화신도시는 시화공단과 인접해 있다. 시화공단에는 현재 2914개 공해 유발업체가 입주해 있다.
신도시 내 정왕 1, 2동 주민들은 지난해 7∼8월 인근 안산 반월공단 폐기물 처리업체 소각로에서 나는 악취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강력한 단속과 오염저감시설 설치로 악취 관련 민원은 98년 2112건에서 2001년 705건으로 67%나 줄었다. 그러나 여름철인 7, 8월 악취 민원은 98년 622건, 2001년 378건으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흥시 대책=시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올해 ‘시화지구 그린시티’ 조성 계획을 세웠다.
2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신도시와 공단 사이에 위치한 완충녹지대(너비 175∼220m, 길이 3.5㎞)에 해송 등 11만9000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것. 20억원을 들여 생태수림원, 생태습지, 야생초화원 등 녹지대를 조성할 계획이다.
옥구, 정왕, 군자, 시흥천 등 시화지구 내 4개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도 3월부터 본격화한다. 하천 변에 수양버들 등 나무 20만 그루를 심고 탐방로, 생태관찰소, 자전거도로 등을 설치한다.
서울대 박종화(朴鍾和·환경조경학과) 교수는 “공해물질만 차단하는 완충 녹지대의 기능을 넘어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태 숲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2의 환경 피해 우려=건설교통부는 지난해 8월 시화호 북측 간석지 317만평 부지에 제 2의 시화공단을 짓는 ‘시화지구 1단계 확장단지 개발계획’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다시 환경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곳에 대규모 위락시설을 짓고 나머지 부지에는 공해가 없는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 피해를 경험한 주민들은 개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응이지만 시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정면으로 반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흥환경운동연합 임병준(林炳俊·33) 사무차장은 “시가 푸른 도시를 만드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다른 편으로 환경 피해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흥=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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