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구청장님 때문에…"

  • 입력 2003년 1월 22일 22시 08분


“구청장님 때문에….”

울산 동구청 불법 시설물 단속 공무원들은 요즘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이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9일부터 현대중공업 정문 앞 인도 위에 설치한 컨테이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컨테이너는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법(제40조)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시설물.

하지만 해고자 가운데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현 이갑용(李甲用·44) 구청장도 포함돼 있고, 이 구청장이 ‘불법’으로 설치된 컨테이너 앞 농성에는 합류하지 않고 있지만 매일 오전 7시부터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벌이는 ‘출근투쟁’에는 20일부터 동참하고 있어 선뜻 철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일대 주민 등 3000여명은 “불법 컨테이너 때문에 통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강제철거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13일 구청과 경찰에 제출했고, 동구청은 24일까지 자진철거할 것을 촉구하는 계고장을 두차례나 컨테이너 농성자들에게 전달한 상태.

동구청은 이 때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한번 더 계고장을 보낸뒤 강제철거에 나설 방침이지만 강제철거를 위해서는 구청장의 결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구청장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이 구청장은 “구청장으로서 업무도 충실히 수행하면서 현대중공업 해고자 신분으로 복직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며 “컨테이너 철거 문제는 해고자들과 담당 공무원간에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재해 하겠다”고 밝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해고자 13명 가운데 4명을 복직시키고 9명에게는 1∼3년간의 임금(2800만∼1억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해고자 문제를 해결키로 합의하자 이 구청장(96년 7월 해고)과 조돈희(趙敦熙·47·95년 4월 〃) 설남종(薛湳鍾·40·94년 12월 〃) 김대환(金大煥·32·98년 7월 〃)씨 등 4명은 “일방적인 합의”라며 반발하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 사진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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