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자수=23일 오후 중국동포 이모씨(25·중국 헤이룽장성)와 전모씨(22·〃) 등 2명이 이 사건의 공범이라며 서울 남부경찰서에 자수해 경기 광명경찰서로 호송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모두 4명의 중국동포가 이 사건의 범인들에게서 현금 인출 부탁을 받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김모씨(26)와 이모씨(25)도 현금인출 과정에서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받고 소재를 추적 중이다. 이들은 경기 안산시의 한 전자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사이로 모두가 불법체류자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말 직장 사무실로 자신을 ‘박현삼’이라고 밝힌 남자 등 30대 초반∼40대 중반의 남자 3명이 찾아와 일거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범행 과정=경찰은 범인들이 이씨 등이 한국 사정을 잘 모르고 불법체류자여서 쉽게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수한 이씨는 “박씨가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카드와 비밀번호를 줄 테니 돈만 찾아주면 된다’며 아르바이트라고 속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수하지 않은 동료 김씨의 형이 범인 중 한 명의 아버지와 중국에서 장사를 같이하는 사이여서 알게 됐다”며 “지난해 9월 김씨가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며 동료들을 모은 자리에 박씨가 찾아와 현금 인출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들 4명에게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 원룸을 얻어주고 합숙을 시키면서 1주일에 한두 차례씩 차에 태워 은행에 데려간 뒤 비밀번호가 쓰인 현금카드를 내주고 예치된 돈을 전액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서울을 제외한 인천 대전 구미 대구 등 전국을 돌며 농협 및 우리은행, 부산은행 명의의 카드로 현금을 뽑아 박씨에게 건네줬다”며 “지금까지 하루 3, 4차례씩 모두 60∼70회 인출했고 한 곳에서 3000만∼4000만원을 뽑기도 했다”고 말했다.
범인들은 이씨 등에게 500만원 이상 인출할 경우 1인당 10만원씩의 수고비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전망=경찰은 이들이 농협 이외에 우리은행과 부산은행 명의의 카드로도 현금을 인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은행의 자료를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날 자수한 전씨가 지난해 11월15일 오후 경기 이천시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위조된 국민은행 현금카드로 3만8000원이 든 김모씨(여)의 계좌에서 3만원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씨가 현금입출금기에서 돈을 빼내는 장면을 찍은 폐쇄회로TV 사진을 전씨가 자수한 경기 광명경찰서에 가져와 사진 속의 인물이 전씨임을 확인했다.
이로써 경찰은 이들이 농협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부산은행 등의 현금카드도 위조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범인들이 다른 은행의 못 쓰는 카드의 마그네틱띠에 농협 카드 발급자의 정보를 입력해 위조 카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추적 결과 박씨의 휴대전화 최종 발신지가 경기 시흥시 정왕동 일대로 드러나 수사대를 급파했으나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한편 경찰은 자수하지 않은 중국동포 김씨의 형이 범인 중 한 명의 아버지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진술에 따라 중국 경찰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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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광명=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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