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3일 현대의 대북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현대상선 및 산업은행 핵심 관계자 11명에 대해 24일 무더기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은 이 사건에 대한 ‘기초조사’가 상당히 이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을 불러 확인하고 추궁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그동안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4000억원 대출 경위에 대한 광범위한 정황조사를 벌였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 2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고발인 조사도 마쳤다.
또 대북지원이 이뤄졌다면 관련자들에게 어떤 법률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사팀을 보강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등에 대해서도 검찰 안팎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18일 TV토론에서 검찰의 ‘소신 있는 수사’를 언급한 데 이어 23일 “특검을 받을 각오로 적극 수사하라”고 강조한 것도 검찰 수사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향후 수사는 ‘감사원 감사결과 검토→산은과 현대상선에 추가 자료 요청→계좌추적 및 관련자들 소환 조사’의 순서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대출금 사용처와 대출 경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대출금 사용처 추적과정에서 일부가 정관계 등 ‘뜻밖의 용도’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만 현대상선이 28일까지 대출금 사용내용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하기로 함에 따라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도 늦춰져 관련자 소환 등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설 연휴가 끝난 다음달 4, 5일경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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