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앞 눈치우기’…청주 상당구 16개동 자율제설반 활약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27분


중부지방에 큰 눈이 내리기 시작한 27일 오전.

충남 태안군 고남면 장곡 4리의 이창우(李昌雨·64)씨는 자신의 트랙터를 바쁘게 점검했다. 쌓인 눈을 치우는 데 트랙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자발적’으로 제설작업을 하는 곳은 장곡 4리∼고남리(국도 77호선) 4㎞ 구간. 이 길은 유난히 언덕길이 많고 우거진 송림으로 결빙되는 곳이 많다. 이로 인해 겨울철이면 1,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잦은 곳.이씨는 “사고를 막으려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며 1990년부터 제설작업에 나섰다. 이후부터는 눈길 미끄럼으로 다치는 사람도 4∼5년에 한번 생길 정도로 크게 줄었다.

충북 청주시는 주민들이 자율제설반을 조직하며 ‘내집 앞 눈 쓸기’에 나서고 있다. 상당구의 경우 현재 16개동 67개 제설반(606명)이 꾸려져 활동 중이다. 해빙기인 3월15일까지 활동할 예정. 자율제설반장인 유필수(柳弼秀·59·건강원 운영)씨는 “주민들 사이에서 내집 앞 눈은 스스로 치우자는 의식이 퍼지면서 많은 분들이 제설반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흥덕구도 봉명1동과 사직1동 등 10여개 동에서 자율제설반이 만들어졌으며 다른 동들도 제설반에 주민 참여가 늘고 있다.

주민들은 폭설이 내릴 경우 비상연락망을 통해 10여명씩 응달진 곳과 비탈길, 골목길 등 취약지역을 돌며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행정기관에만 의존하는 눈 치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주민들의 생각이다.

서울의 재해극복시민연합 관계자는 “미국은 주별로 다르지만 문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아 행인이 다치면 집 주인이 치료비를 보상하는 경우도 있다”며 “캐나다는 자기 집앞이나 골목에 쌓인 눈을 치우지 못할 때에는 일정 액의 돈을 내서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제설차량이 치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27일 대전과 충남북의 경우 10∼15㎝, 강원지역은 5∼20㎝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본보와 교통방송은 지난해 말부터 ‘내집 앞 눈 쓸기’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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