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취득 박사학위 ‘가짜’ 상당수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51분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등록된 외국박사학위 중에는 정상적인 유학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학위를 취득한 사례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재단측이 박사학위의 진위 여부나 취득 과정을 검증하지 않고 신고에만 의존해 박사학위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방지위원회는 28일 학술진흥재단에 등록된 외국박사학위 2개 이상 취득자 58명을 선정해 출입국관리소에 이들의 출입국 이력을 조회한 결과 34%에 해당하는 20명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체육 관련 민간단체 임원인 S씨는 99년 12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대학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9개월 만에 미국 G대학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나 시에라리온이나 미국에 출입국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 모지방사립대학 교수인 J씨는 2000년 미국 F신학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2001년 미국 L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으나 J씨의 미국 방문은 99년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1주일뿐이었다.

부방위 관계자는 “학술진흥재단이 외국 박사학위 취득을 신고 받으면 아무런 검증 없이 이를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부실 및 비인가 대학들이 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한 사실을 마치 한국 교육당국의 학위인증을 받은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며 “학술진흥재단에 인증위원회를 구성하고 허위 신고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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