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과 관련해 밀어붙이기에 익숙한 건설교통부가 ‘타당성’ 조사에만 10여년을 매달린 것도 이례적이다. 도시계획에서 타당성 문제는 초기 단계의 필수 절차다.
타당성 논란의 주된 원인은 홍수 예방을 위한 ‘굴포천 치수사업’이 ‘경인운하사업’으로 변질된 데 있다.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가 전면 실시되면서 정부나 자치단체 모두 민자유치사업에 매달렸다. 굴포천 치수사업이 경인운하사업으로 포장된 것도 같은 시기의 일이다. 주변지역 개발사업을 위해 복토가 필요한 것은 간접적인 이유다. 운하를 파서 돈을 벌고 그 흙을 매립지의 복토용으로 사용하고….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으로 그 타당성이 포장된 것이다.
수질 악화 등 환경문제나 임시 방수로에 잠재된 치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또 서울과 인천을 잇는 동서축은 강조됐으나 남북축은 관심 밖이었다.
16㎞(서울∼인천)에 걸쳐 너비 100m로 만들어지는 운하의 남북을 잇기 위한 교량 및 지하차도 건설비 등 무려 1조4000억원이 들 것이라는 지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시민을 위한 인천∼서울 출퇴근용 선박의 운항 계획은 안중에도 없다.
송도신도시 인근에 지어질 신항만에서 서울까지 선박으로 운송할 철강, 자동차 등 물동량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시민들은 환경단체가 문제삼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이런 내용까지 담겨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한 때 재벌과 관련해 대마불사론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국토 파괴의 현장에는 ‘국책사업불사론’의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지금 인수위가 할 일은 치수사업과 경인운하사업의 성격이 다름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경인운하 백지화 파동이 국책사업의 개념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인천시 도시계획위원 mbkim@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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