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화재피해' 주민위해 성금… ‘아름다운 이웃’

  • 입력 2003년 1월 29일 18시 30분


화재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웃을 위해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성금을 모았으나 정작 피해를 본 이웃은 이 돈을 더 불우한 사람을 위해 내놓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 오후 5시40분경 서울 서초구 반포4동 미도아파트 정모씨(42)의 집에 누전으로 불이 났다. 정씨는 가재도구가 모두 불에 타 8000여만원에 이르는 재산피해를 봤고 가족 4명은 인근 성당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이웃의 불행을 접한 아파트부녀회는 20일 임시회의를 열어 피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21일부터 8개 동 입구에는 라면박스에 흰 종이로 겉을 두른 모금함이 설치됐다.

불이 난 것을 모른 채 갑자기 생긴 모금함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옆 동 주민들은 모금운동의 취지를 알고는 선뜻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28일 모금함을 연 결과 액수는 400여만원에 이르렀다. 1000원권 지폐가 가장 많았지만 100원과 50원짜리 동전도 있었다. 주민 유수정씨(49·여)는 “아이들까지 용돈을 보탰다”고 말했다.

부녀회에서는 모금한 돈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정작 정씨 가족은 한사코 사양했다. 정씨의 부인 서모씨(37)는 “도와주는 것은 고맙지만 돈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게 우리 가족의 생각이다”며 “모금한 돈은 우리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부녀회장 김희자씨(53)는 “정씨 가족의 뜻을 존중해 아파트 전체의 이름으로 성금을 전달할 곳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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