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넓은 하늘 치솟은 연 마음까지 넓어진다오"

  • 입력 2003년 1월 29일 23시 03분


“올 설에는 온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가족연을 만들어 보세요. 마음이 풍성해 질 겁니다.”

50년 넘도록 연(鳶)에서 잠시도 손을 떼지 않은 ‘연박사’ 김유복(金有福·62·경북 의성민속연보존회장)씨.

평생 연과 함께 살아온 느낌을 묻자 그는 “만드는 재미, 띄우는 재미, 문양 그려넣는 재미를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김씨가 연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의성사곡초등 2학년 때부터. 배고팠던 시절 연은 그에게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 소중한 친구였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김씨는 연을 만들고 또 만들었다. 방패연과 가오리연 같은 전통연은 기본이고 까치 봉황 제비 공작 독수리 학 등 날아다니는 것을 창작연으로 재현(再現)해낸다. 현재 보유한 연은 5000여개.

“땅은 주인이 따로 있잖아요. 하늘은 달라요. 한없이 넓은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을 마음을 실어 띄워올려 보세요. 정말 마음이 풍성해지고 넓어져요. 덕분에 시력도 좋아지는 것 같고요.”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서울시장배 전국 연날리기대회에서 15m 짜리 공작연을 띄워 대상을 차지했다. 2000년에도 대상을 받았고 2001년에는 2등을 했다. 창작연에 관한 한 전국에서 김씨와 겨룰 사람이 없을 정도. 연 수백개를 이어 만든 창작연은 길이만 보통 800∼1000m에 이른다.

“꼬리를 물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연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짜릿해요.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연을 띄우면서 소망을 빌고 액운을 날려 보내려는 마음을 담곤 했던 것도 결국 연에서 느끼는 홀가분함 같은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그는 5년째 설차례를 지내지 못한다. 설날이면 전국에서 그를 초청해 연날리기 시범을 보여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기 때문. 올 설에는 설악산의 한 콘도에서 연 날리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의성의 할아버지 댁을 찾아 설맞이 연을 만들던 오태욱(12·대구효목초등 5학년) 오은지 남매는 “대나무를 다듬어 풀칠을 하면서 연을 만드는 게 재미있다”며 “할아버지 때문에 연이 많이 알려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씨의 집에는 연을 배우려는 발길이 일년 내내 이어진다.

“지금은 재료가 풍부해 연만들기가 얼마나 쉽습니까. 전국에서 연날리기 대회가 자주 열려 모든 국민이 푸른 하늘에 연을 띄운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넉넉해질까요.”

의성=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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