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주 석공들, 아사달 추모비 세운다

  • 입력 2003년 2월 2일 21시 22분


경북 경주지역 석공(石工) 모임인 경석동우회 회원 23명이 신라시대의 전설적인 석공 아사달(阿斯達)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운다.

회원들은 5m 높이의 화강암 추모비 건립에 필요한 비용 3500만원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9월 불국사 부근에 세울 예정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경석동우회원들이 아사달 추모비를 세우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석탑인 불국사의다보탑 석가탑을 모르는 국민은 없지만 정작 탑을 만든 석공 아사달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고, 상징물 하나 제대로 없는 것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탑이 세워진지 12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작은 추모비라도 세울 수 있게 된 회원들의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경석동우회 박재봉(朴在鳳·54) 회장은 “지금은 돌을 깎는 장비가 좋아 석공 일이 쉬워졌지만 우리가 석공을 배우던 30년 전에는 정과 망치가 전부였다”며 “아사달의 장인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마음으로 돌과 함께 살아온 석공으로서 맥을 잇는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추모비 건립에 맞춰 아사달에 관한 다양한 추모행사와 함께 아사달에 대한 기록찾기 작업도 펴고 있다.

“아사달이 다보탑과 석가탑을 조각했다는 기록은 삼국유사 등 여러 문헌에 나타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습니다. 백제의 유명한 석공이었다고 전하기도 하고 당나라 석공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학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줬으면 합니다.”

아사달이 백제의 석공이었다고 알려진 근거 가운데 하나는 현진건(玄鎭健)이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역사소설 ‘무영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무영탑에는 백제의 석공 아사달과 아내 아사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 영조 때 편찬된 불국사 종합기록서인 ‘고금창기’에는 아사달을 당나라에서 온 석공으로 표현한 부분도 있다. 그 외 문헌에는 아사달이라는 이름만 나올 뿐 출신지에 대한 기록은 겨의 보이지 않는다.

박재봉 회장은 “아사달에 대한 기록이 빈약한 것은 석공을 천민으로 여긴 당시의 풍토 때문도 있을 것”이라며 “추모비 건립을 계기로 돌을 자유자재로 깎아 아름다운 탑을 만든 아사달과 예술정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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