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들며 크는 학교' 의 방학특강에 참가한 초등 저학년 어린이가 '솟아오르는 책'을 만든뒤 하트모양으로 꾸민 뒷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권에서 학교 교육과정과 박물관 및 도서관 문화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북 아트 프로그램’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이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 내 아이는 작가예요
‘북 아트’란 한마디로 책 만들기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유치원은 지난 가을학기부터 주 1회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유아언어연구회 연수에 참가했던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책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실제로 함께 책을 만들어 본다.
이 유치원의 김영진 교사는 “아이들에게 일부러 읽기 쓰기 듣기를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고 교육적 효과를 설명했다. 소극적인 아이의 경우 뭘 물어도 “몰라요”하기 일쑤이고 소수의 아이들에 의해 읽기 쓰기 수업이 진행됐는데 책 만들기를 시작한 이후 말이 되든 되지 않든 모든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며 “아이들이 만든 책을 보면 각자의 개성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유치원의 김정현양(7)은 “내가 만든 이야기를 글로 쓰고 예쁜 그림도 그리고 색종이도 붙일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 책 만들며 크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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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북 아트 연구 단체 ‘책 만들며 크는 학교’(www.makingbook.net)는 아이들에게 직접 책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책 만들기 이끌어주기’를 강의한다.
방학특강에 참가한 최연이양(서울 구룡초등 3년)은 “내가 생각해 낸 이야기가 그대로 책이 되어 나오니 너무나 신기해 책을 만들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최양은 ‘멜리의 책나라여행’을 만들어 펼쳐보였다. 멜리라는 책을 싫어하는 여자아이가 들판에서 잠을 자다 책나라로 가고 그곳에서 책이 해 주는 이야기를 듣고 책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아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다는 내용이란다.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 메리에요. 그래서 주인공 이름은 멜리로 지었어요. 아이가 만든 책이니 출판사 이름은 ‘아이세상’, 내가 만든 소중한 책이니 값을 매길 수 없고 그래서 팔 수 없어요.”
이홍욱군(서울 신동초등 2년)도 “산타할아버지가 착한 어린이뿐 아니라 나쁜 어린이들이 선물을 달라고 요구해 고민하는 내용을 담은 ‘고민 중 산타’란 책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방학특강 수강을 위해 초등 3년생과 유치원생 두 아이와 주말마다 상경한 정연옥씨(37·대구 북구 태전동)는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책을 직접 만들어보니 아이들이 책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또 책을 만들면서 창의력도 부쩍부쩍 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학교는 3월 새학기 개강을 준비중이다. 02-765-2547
● 이렇게 이끌어 주세요
‘책 만들며 크는 학교’의 이정희 연구원은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들은 샘 솟듯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며 “이때 책만들기를 통해 생각을 다듬고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 4학년만 되어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고갈돼 새로운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이것은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것.
이 학교의 권성자 대표는 “책 만들기를 통해 아이들은 글쓰기 능력을 자연스럽게 향상시킬 수 있고 놀라운 집중력을 가지게 되며 책을 읽기만 할 때와는 다른 ‘창조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가족이 함께 하는 활동으로 책 만들기를 하는 것도 좋다고 권한다. 얼마전 대구지역 워크숍에서 ‘가족들이 자주 하는 말’을 주제로 책 만들기를 해 보았는데 아빠는 ‘숙제 다 했냐’와 ‘그만 자라’가, 엄마는 ‘빨리빨리 해’와 ‘동생 좀 잘 봐’가 많았다고. 이같이 책 만들기는 가족간 대화를 시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책 만들기의 준비물은 연습용 종이와 완성용 종이, 그리고 가위 풀 본폴더. 연습용 종이로 책을 만들어 본 뒤 완성용 종이로 제대로 만든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북 아트’ 책을 참고해도 되고 ‘책 만들며 크는 학교’에서 파는 샘플을 활용해도 된다.
다음 순서는 △주제와 독자 정하기 △이야기 뼈대 세우기 △각 면의 글과 그림 배치하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표지 꾸며 책 완성하기 △발표하기.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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