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 체신청장이 집배원…국장은 여직원

  • 입력 2003년 2월 4일 22시 16분


부산체신청 황중연(黃仲淵) 청장을 비롯한 국 과장급 간부들이 월례조회 석상에서 예고도 없이 ‘역할극’을 선보여 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4일 오전 9시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체신청 6층 대회의실. 정례적인 식순을 마친 뒤 사회자가 130여명의 직원들에게 공지사항을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황 청장을 비롯해 간부 및 직원 6명이 집배원과 택배직원, 여직원, 할머니, 새댁으로 분장해 무대에 등장했다.

황 청장은 집배원, 이근창(李根昌) 우정사업국장은 여직원, 김명주(金明柱) 사업지원국장은 택배요원, 서충섭(徐忠燮) 우정계획과장은 할머니, 조대순(趙大淳)전파업무1과장은 국장, 조윤석(趙允錫) 직원은 새댁역을 각각 맡았다.

전화벨이 울리자 “또 전화왔네, 그래 오늘도 힘을 내서 나가보자”며 택배요원이 양팔을 불끈 쥐고 우체국 택배에 나서면서 역할극의 막이 올랐다. 이어 할머니와 우체국 여직원이 등장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통장 만드는 과정을 정감있게 표현했다.

낑낑대며 쌀자루를 멘 집배원(청장 분)이 한 아파트를 방문해 벨을 두세번 눌렀으나 아무런 기척이 없다. 잠시후 외출했던 새댁이 돌아와 문을 열어주자 집배원은 소포로 배달된 쌀을 집 안 쌀통까지 자상하게 배달해 주었다.

이어 새댁이 “흘리지 말고 단디(조심) 좀 하이소”라고 말하자 집배원은 (궁시렁거리며) “아이구, 내가 지 신랑인줄 아는가벼…”라며 퇴장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국장(조과장 분)이 택배요원과 여직원, 집배원 등을 불러놓고 업무를 체크했다. 국장이 “맨날 술만먹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네”라고 용기를 북돋우자 직원들이 “우체국 파이팅”을 외치면서 10여분간의 역할극이 막을 내렸다.

직원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황 청장은 “지난 한해 정말 수고가 많았다”며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가진 우리가 이 직장을 재미나고 신나는 일터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역할연기를 통해 직원들의 고충과 보람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변화된 경영진의 모습을 일선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또 자신감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이 극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역할극을 본 한 직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비록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역할은 다르지만 우리가 하나라는 일체감과 자신감을 얻었고, 올해의 사업도 성공을 거둘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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