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론이 무성하지만 학과를 특성화하거나 해외로 시야를 넓혀 경쟁력을 키우는 대학도 많다. 학과의 경쟁력을 크게 높여 수도권 학생들이 몰려오게 만들 정도로 성과를 거두는 곳도 있다.
경북 경산 경일대(총장 이무근·李茂根)의 사진영상학과. 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의 80%는 수도권 출신으로 입학경쟁율도 평균 5대 1을 넘는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30대 미국인은 3대 1의 경쟁을 뚫고 이 학과 편입시험에 3일 합격했다. 최근 탈북자를 중국에서 탈출시키려다 적발된 사건에 연루돼 중국에 억류돼 있는 석재현씨도 이 대학 출신. 석씨는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한국관련 보도사진을 공급해 왔다.
88년 학과가 개설된 이후 지금까지 졸업생들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사진학 분야의 명문인 서울의 중앙대 사진학과가 40년 동안 50명 안팎의 대학 전임교원을 배출한데 비해 경일대는 14년만에 18명의 전임교원을 배출했다. 사진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전국 40개 대학 가운데 전임교원을 배출한 대학은 매우 드물다.
졸업생 가운데 150여명이 방송사에, 100여명은 신문사와 잡지사로 진출했다. 지난해 한국보도사진전에서 금상을 받은 조영철 기자(동아일보 출판국)와 은상을 받은 도준석 기자(대한매일) 등이 이 학과 출신이며, 지난해 한국사진비평 공모전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재학생들이 차지했다.
또 지난해 한일청년작가 국제사진전에서도 재학생이 당선됐으며 2001년 한국광고사진대전에서는 6명이 입상하는 등 발군의 실력으로 사진학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학과가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게 된 데에는 학생수 대비 전국 최다 교수와 실무중심 교육, 풍부한 교육기자재 때문. 재학생 280명에 전임교원이 17명이나 된다.
학과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수도권대학 또는 지방대라는 구분을 뛰어넘어 이 분야에서는 단연 손꼽히는 전국적 명문이라는 인식이다. 이용환(李庸煥·43) 교수는 “학생들의 불만을 파악해 빨리 개선해 만족도를 높이고 취업을 한 졸업생도 실무에서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시스템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며 “실력으로 대결하면 지방대 핸디캡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남대 국제통상학부 학생 23명과 교수 2명은 전자무역사업단(eTI)을 구성해 최근 일본 오사카에서 4일동안 무역실습을 폈다. 오사카 상가를 대상으로 한국전통식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국제감각을 익혔다.
평소 교수뿐 아니라 기업체 실무자와 함께 국제무역에 관한 수업을 하는 학생들은 세계와 경쟁하는 전문인력 꿈을 키우고 있다. 국내기업과 아랍에미레이트 수입업자를 직접 연결하는 실적을 거둔 4학년 이길태(李吉太·25)씨는 “국제사회를 무대로 바이어를 찾고 국내 제조업체를 연결해보니 지구촌이 좁아진 느낌”이라며 “외국의 시각에서 보면 실력이 중요할 뿐 지방대라는 틀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일본 실습을 마친 사업단장 배정한(裵正漢·43) 교수는 “지방대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지방’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며 “세계를 상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글로벌 전문가가 될 준비를 철저히 하면 지방대라는 고정관념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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