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덕대 이경형교수 '튀는 강단'

  • 입력 2003년 2월 6일 21시 05분


“학생들에게 친구처럼 다가서기 위해서 머리부터 염색했습니다.”

대덕대학 산업디자인 계열부장인 이경형(李京炯·44) 교수는 ‘염색머리 교수’로 불린다.

이 교수는 머리카락을 회색으로 염색하고 때론 귀거리를 한 채 강단에 서는 파격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그는 90년부터 롯데백화점의 디자인실장을 지내다 2001년 3월 이 대학으로 옮겼다. 머리를 짧게 커트하고 염색한 동기는 간단하다.

“학생들이 교수사회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다소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 아니겠어요. 외모를 그들(학생)처럼 변신해보는 것도 벽을 부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롯데에서 근무하던 95년 그는 머리를 염색했다가 “간부사원이 그럴 수 있느냐”는 이유로 감사실로부터 전화 청문까지 받았으나 젊은 직원들의 성원으로 ‘위기’를 넘겼다.

“첫 출근하는 날에는 정장차림이었는데 학생들의 표정은 여전히 ‘교수님’이더라구요.”

지난달 초 회색머리로 등장하자 “교수가 그게 뭐냐”라는 의견에서부터 “어울린다”는 호평까지 다양했다.

한숭동 학장은 웃기만 했다는 것.

그의 진가(眞價)는 이번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5일 산업디자인 계열 신입생 180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 유성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

“어 저 사람이 교수야.친구처럼 편안한 걸.”

실제 이 교수는 제자들을 ‘친구’라고 부른다.

행정학계열 최용재교수(57)는 “이 교수가 염색한 뒤 나도 패션 안경으로 바꿨다.학생들에게 주뼛대지 말고 당당하게 자기연출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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