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의대 선호 현상은 문과와 이과, 재수생과 재학생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우수 학생들이 서울대로 집중되던 현상이 깨지고, 학과(의대)를 따라 각 대학으로 분산되는 새로운 경향을 보였다.
▽최상위권은 의대로=10일 각 대학의 합격자 등록마감 후 명문대에 등록을 포기한 학생을 중심으로 취재진이 전화 접촉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385점으로 대구시내 인문계 최고득점자인 고재훈군(대구 대건고)은 서울대 법대와 성균관대 의대에 동시 합격했지만 성균관대를 택했다. 고군은 “판검사가 되는 것보다 의사가 되는 게 내 적성에 더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합격한 성민규군(한성과학고3·19)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예과 추가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성군은 “지방 캠퍼스라서 고민은 되지만 그래도 의사가 나을 것 같아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KAIST와 중앙대 의예과에 동시 합격한 주형석군(한성과학고3)은 주저하지 않고 중앙대를 택했다. 주군은 “직업의 안정성과 남들을 치료해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정시모집 합격자 144명 중 등록을 포기한 2명은 모두 성균관대 의대로 진로를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고 출신자들이 의대를 선택하는 것도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성과학고 3학년 51명 중 10명, 서울과학고의 경우 3학년 45명 중 12명이 각각 의대에 진학했다.
서울 현대고 연구부장 강모 교사(50)는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은 재수를 해서라도 반드시 의대에 가려고 한다”며 “서울시내 의대 지원 가능 점수인 37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의대만 세 군데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서울대의 이번 등록률은 공대 82.9%, 자연대 84.4%, 농업생명과학대 77.9%, 간호대가 77.6%였다. 이는 사상 최저 등록률을 보인 지난해(공대 81.7%, 자연대 81.9%, 약대 63.6%, 간호대 57.6%)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연계열 모집단위는 2년 연속 미등록 사태를 보였다.
자연계열 모집단위의 미등록률은 전체 등록률인 87.1%보다 낮았고, 자연계열 미등록자는 323명으로 서울대 전체 미등록자 395명 중 81.8%를 차지했다.
반면 서울대 의대는 70명 전원이 등록을 해 이공대의 낮은 등록률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고려대 의대는 73명 중 71명이 등록해 97.3%를 기록했고, 경희대 한의예과는 99명 중 86명이 등록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예과의 경우 각각 58.7%, 48.0%를 기록해 등록률이 낮았지만 등록을 포기한 대부분이 서울대 의대로 간 것으로 파악됐다. 성균관대 의예과 등록을 포기한 13명 중 12명이 서울대 의예과에 등록했다. 연세대의 경우 서울대에 복수 합격한 비율이 41.3%로 높았기 때문에 등록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대 등록 포기사태=지방대학 합격생들이 대거 등록을 포기해 무더기 미등록사태가 발생했다. 11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3학년도 대입 4년제 대학 합격자 1차 등록을 마감한 결과, 등록률이 50%대를 밑도는 대학들이 속출해 신입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등록자 중 복수합격된 상당수가 상위권 대학의 추가 합격자 발표 이후 연쇄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모집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지방대학들이 속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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