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51년만에 서울大 졸업장

  • 입력 2003년 2월 12일 15시 36분


고희(古稀)를 앞둔 만학도가 입학 51년만에 서울대 졸업장을 받게 됐다.

서울대 미대는 26일 열릴 졸업식에서 최선동(崔仙動·69)씨가 졸업한다고 밝혔다.

1952년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 최씨는 졸업을 1년 앞둔 57년 휴학했다. 부친이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두 동생의 학비를 책임져야 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씨는 제약회사 영업 사원과 미술중개상을 하면서도 붓을 놓지는 않았다. 최씨의 그림을 눈여겨 본 대학 동기들의 도움으로 개인전도 9차례 열었다. 아들이 분가하고 딸이 유학가면서 복학을 결심한 최씨는 2001년 3월 재입학 형식으로 4학년으로 복학했다.

기억력도 예전같지 않고, 1주일에 20학점을 수강하기에는 체력도 부쳤지만 최씨는 자신을 '할아버지',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손자뻘 학생들에 못지 않는 실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1학기에는 4.03으로 과수석을 차지했고, 여름방학때는 학교의 지원을 받아 일본 도쿄예술대학에서 서양화과정을 수료했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학교를 다닌 어려움에 대해 최씨는 "명예 퇴직한 교수들도 나 보다 4∼5년 후배여서 교수들이 '선생님', '어르신', '선배님', '형님'하며 호칭도 다양했다"며 "일부 교수들은 '어떻게 선배님 그림에 대해 말하겠습니까'라며 내 그림에 대한 평가를 유보할때 조금 섭섭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젊은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젊어졌고, 당뇨 때문에 고생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했다.

2001년 서양화과 졸업학점을 채운 최씨는 졸업을 미루고 지난 해 동양화를 부전공으로 이수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최씨는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만 하면 아무일도 하지 못하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며 "박사학위를 받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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