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쟁점-사라지는 지하철 문화공간

  • 입력 2003년 2월 12일 22시 07분


인천지하철의 문화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공연과 전시가 이뤄지던 역 통로에 점포와 가판대들이 들어서고 있다.

인천지하철공사는 1999년 10월 인천지하철 1호선을 개통한 뒤 “지하철 역사를 문화와 향기가 그윽한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며 2∼3년 동안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고 공연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같은 문화행사 지원 예산을 대부분 삭감했다. 개통에 맞춰 선보였던 문화열차의 운행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역사 내 광장을 연습장으로 삼던 ‘춤꾼’들과 공연패가 사라지고 문화공연도 뜸해졌다.

▽늘어가는 상업시설=예술회관역의 개찰구로 들어가는 통로에 7일 ‘웨딩드림타운’이 만들어졌다. 이 곳에는 결혼예복점 여행사 웨딩카페 등 6개 점포가 들어섰다.

또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연결되는 길이 100m의 통로에는 12∼16일 ‘2003 웨딩 페어’라는 상업이벤트를 열기 위해 10여개의 부스가 설치되고 있다.

공사는 문학경기장역에 스포츠전문점들을 유치해 내년까지 운동을 주제로 ‘테마상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루 13만명 가량의 승객들이 이용하는 경인전철 환승역인 부평역의 지하 통로에는 상점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개찰구 내 환승 통로에도 옷가게와 임시 가판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공사는 올해 부대 수익이 24억7000여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현재 518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조기 상환하기 위해 수익사업을 적극 펼쳐야 하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올 문화사업비로 500만원 가량 책정했다”고 말했다.

▽식어가는 문화열기=인천지하철에서 이뤄지는 정기 공연은 ‘철도 지하철예술진흥연구원 인천지부’의 토요 문화마당이 유일하다. 오케스트라 관현악 합창 현대무용 힙합댄스 등 각 부문별 270여명의 문화자원봉사자들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부평역을 중심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한 동안 인천시청, 예술회관, 부평, 인천터미널 등의 역사에서 춤꾼들이 ‘쇼 다운’이라는 즉석 춤 대결을 벌였으나 이제는 자취를 감췄다.

또 라이브콘서트, 사물놀이 공연, 행위예술, 거리전시회 등도 연간 100여 차례 열렸으나 올해는 아직 일정이 잡힌 공연이나 전시회가 없는 실정이다.

인천YMCA 청소년 담당자는 “공사가 초기와 달리 문화에 대해서는 투자를 거의 않고 수익 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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