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한국노총-민주노총 방문 "勞使 세력불균형 시정"

  • 입력 2003년 2월 13일 18시 53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3일 민주노총을 방문,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3일 민주노총을 방문, 유덕상 위원장 직무대행(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13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잇따라 방문해 “현재는 경제계가 힘이 세지만 향후 5년 동안 이런 불균형을 시정할 것”이라고 밝혀 임기 중 노사(勞使)가운데 ‘노’쪽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나는 다당적(多黨的) 질서에 대해 우호적이며 이제 다당적 질서를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노동계를 대표하는 정당의 국회 진출 방안을 내놓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사회적 세력 불균형 시정=노 당선자는 “역대 대통령들이 처음에는 노동과 서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가 슬슬 멀어진 게 사실이며 저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서 “결국 힘의 균형이 이뤄졌을 때 정부나 대통령의 개입이 없이도 (정책 현안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를 위해 개별 정책 차원에서 지원하기보다는 사회적 역학 관계에서 균형이 잡힐 수 있도록 노조를 배려하겠다는 뜻이었다.

노 당선자는 이어 “노조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기보다는 산업구조 이전을 어떻게 제대로 할지 앞장서서 정책을 개발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노동투쟁에서 제일 답답한 게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으면 편을 들어줘도 박살을 내고 총 파업해서 코너로 몰거나 국민 앞에서 완전히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것”이라며 “여우를 죽이면 사자나 늑대가 온다”고 노조도 전략적 사고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노조의 정치활동 반대=그러나 노 당선자는 노조활동과 정치활동의 경계선은 분명히 그었다. 그는 “노조가 교섭하는 것은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목적이지 거기에 정치가 섞이는 것은 좋은 게 아니다”면서 “노조가 활용할 수단은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또 “그동안 민주화 과정에서 노동운동은 부조리 및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고치기 위한 투쟁이었기 때문에 전부 또는 전무라는 강경 투쟁의 시대를 거쳤으나 앞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노사문화를 조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현안에 대한 입장=노 당선자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으나 일정시간 타협을 해서 안 되면 시간을 마냥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무원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한 체신 공무원에 대해 “계약직으로 바꿨지만 비용이 감축되지 않고 서비스 질도 향상되지 않았다”며 정책 재검토를 시사했다.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가혹하다는 노총의 지적에 대해서는 “조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몰라도 개인에게 가압류를 하는 것은 그런 측면이 있다”면서도 “노조 전임자의 급여문제를 회사가 다 부담해야 하는지, 노조가 주요 시설을 점거해도 좋은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 위원장은 구속된 노동 운동가의 사면복권과 경제특구법의 재검토 및 노조와의 정례간담회를 노 당선자에게 건의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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