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변호사 ‘집단커닝’ 말썽…변협윤리시험 똑같이 베껴

  • 입력 2003년 2월 13일 19시 03분


올해 처음 실시된 변호사 윤리시험에서 사법연수원 수료생 50여명이 누군가가 쓴 답안을 그대로 베껴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정재헌·鄭在憲 변호사)는 변호사 등록 과정에서 실시 중인 윤리시험에 응시한 32기 사법연수원 수료생 50여명의 답안지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자신의 소신 등을 묻는 시험 문제의 특성상 똑같은 답안지가 나올 수 없다”며 “특별히 시험장소와 제출기한을 지정하지 않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한 사람이 답안을 작성한 뒤 이를 돌려가며 복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답안지의 경우 컴퓨터로 글씨체를 바꿔 낸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아예 똑같은 답안지에 이름만 바꿔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

반면 최근 판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등록한 일부 예비 변호사들은 비교적 충실한 답안지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시험은 변협에서 문제지를 받아 변호사 등록신청 전에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으며 40점 이상을 받아야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변협은 17일 상임이사회 회의를 열어 답안지를 베껴 제출한 예비 변호사들에게 윤리교육을 시키거나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변호사들은 “이런 형식적인 윤리시험을 치른다고 윤리의식이 높아지겠느냐”며 “이런 형식적인 제도를 도입한 변협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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