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총경 “청와대서 업체선처 청탁”

  • 입력 2003년 2월 13일 19시 03분


경기 분당경찰서장 이철규(李喆圭·45) 총경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부 고위 공직자로부터 업체를 잘 봐달라는 청탁성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 강민구(姜#求) 검사에 따르면 이 총경은 2001년 6월 고위 공직자로부터 당시 경찰이 내사 중이던 ‘경기 안산 문예회관 H음향기기 뇌물사건’을 잘 봐달라는 청탁성 전화가 있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이 총경이 같은 해 7월 수원지검의 지휘에 따라 이 사건에 관련된 안산시 공무원들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뒤 한달 뒤인 8월 H음향기기 대표 심모씨(47·여)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의 청탁성 전화가 무혐의 처리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청탁성 전화를 한 ‘고위 공직자’가 당초 ‘청와대 고위 관계자’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가 나중에 ‘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라고 말을 바꿔 검찰 발언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일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고위 공직자를 청와대 고위관계자라고 밝혔다가 오후에 “기자들에게 청와대 고위관계자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영장에서 밝힌 고위 공직자는 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법 안산지청 박정수(朴正洙) 판사는 이날 이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현직 서장으로 신분이 확실해 도주 우려가 없고 혐의사실을 입증할 만한 금융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H음향기기 뇌물사건=2001년 5월 H음향기기가 안산 문예회관의 음향설비 공사를 20억원에 수주하자 탈락한 업체로부터 ‘무자격 업체가 공무원과 결탁해 공사를 수주했다’는 진정서가 안산경찰서에 접수됐다. 이에 따라 당시 이 총경이 서장으로 있던 안산서가 내사를 벌였으나 검찰 지휘에 따라 무혐의 처리했다. 그러나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내사에 들어가 1월20일 H음향기기가 타 업체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공사를 수주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 회사 부사장 심모씨(43)를 전기통신공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뇌물사건에 대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서 이 총경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산=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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