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간부 수뢰혐의 수사

  • 입력 2003년 2월 14일 06시 40분


금융감독원 현직 중견 간부가 금감원 조사 무마를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朴榮琯 부장검사)는 13일 금감원 중견 간부 A씨가 2000년 초 상장사인 Y사 직원 오모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오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사실에 대한 내사를 중단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간부가 자신의 업무인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 등에 대한 조사를 포기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1999년 공개되지 않은 Y사의 내부 정보를 친구 D씨에게 알려줘 Y사 주식 11만여주를 사게 했으며 그후 주가가 급등해 D씨가 2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얻자 6000만원을 리베이트로 받았다는 것.

Y사의 주식은 99년 11월 한 달 사이에 주당 가격이 35% 가까이 뛰었으며 Y사는 다음해 1월 60억원 상당의 해외 공사를 수주했다는 내용의 기업공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오씨는 금감원이 자신의 내부자 거래 사실에 대해 내사를 벌이는 것을 알고는 D씨에게 돈을 돌려주면서 A씨에 대한 무마로비를 부탁했다는 것.

이에 따라 D씨는 ‘제3의 인물’을 통해 A씨에게 조사 무마를 대가로 3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D씨가 오씨로부터 되돌려 받았던 돈 중 나머지 3000만원 가운데 2000만원은 A씨에게 돈을 건넨 사람에게 전달됐으며, 1000만원은 로비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오씨 등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이들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조만간 A씨를 소환해 혐의가 드러나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기업에 대한 내부자 거래 등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면 해당 기업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로비를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금감원 직원 수뢰의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었는데 검찰수사를 통해 형사처벌 되면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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