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탄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2개월만에 고장

  • 입력 2003년 2월 14일 17시 51분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서울 탄천 하수슬러지(침전물) 처리시설이 2개월여 만에 기계결함으로 가동이 중단돼 부실시공 의혹과 함께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구 일원동 탄천 하수처리장 안에 설치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처리용량 하루 200t)은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했으나 슬러지를 이송하는 파이프가 파손된 데다 주변에 악취가 심하게 나 12월23일 가동이 중단됐다.

이 시설은 지금까지 상당량을 바다에 버리고 있는 하수슬러지에 대해 수년 내 해양투기를 금지하겠다는 해양수산부의 방침에 따라 83억여원을 들여 만든 것.

시공사측은 “당초 설계 때보다 파이프가 빨리 마모되는 등 일부 설계상의 오류가 있어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며 “6월경 재가동할 계획이지만 수억원에 이르는 보수비용이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주민 환경대책위 김광연(金光淵) 위원은 “악취 제거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슬러지 처리시설이 가동된 이후 털을 태우는 듯한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며 “주민동의를 전제로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시가 약속한 만큼 감시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처리시설 내부에도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재가동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시설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빠른 시간 안에 보수공사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시 산하 4개 하수처리장에서 생기는 하루 1800t의 하수슬러지 가운데 900t을 소각 또는 매립하고 있으며 나머지 900t은 서해안 해양투기 지역에 버리고 있다. 시는 슬러지 처리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해 2005년까지 모든 슬러지를 자체 처리할 방침이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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