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바닥의 경사도는 평균 363분의 1. 상류에서 하류로 363m를 가야 바닥이 1m 낮아진다는 뜻이다.
경사도가 2만분의 1에 불과한 한강 하류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강바닥이 완만해 집중 호우 때는 넘칠 우려가 있다.
청계천복원사업의 성패는 범람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람의 역사=사료(史料)에 나타난 최초의 청계천 공사는 조선 태종 11년(1411년). 태종은 범람하는 청계천을 다스리기 위해 돌과 나무로 제방을 쌓고 대대적인 준설공사를 했다. 이후 세종 성종 영조 등도 청계천 치수(治水)사업을 벌였지만 범람은 계속됐다.
사학자들에 따르면 1400년 이후 460년간 청계천이 넘친 것은 172차례. 상류의 빠른 유속 때문에 토사의 유입이 급격히 늘면서 범람 주기는 짧아졌다.
청계천은 최근에도 2년 연속 넘쳤다. 2001년 7월 세종로 일대 빌딩의 지하층이 물에 잠겼다. 지난해 8월에도 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2001년 서울에 3시간 동안의 강우량 208㎜는 127년 만에 한 번 있는 드문 경우이다.
▽복원하면 어떻게 될까=시는 사실상 포기상태인 도심 홍수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청계천을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이덕수(李悳洙) 추진단장은 “200년 빈도의 홍수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하천 바닥을 지금보다 2∼2.5m가량 더 파고 폭도 넓힐 계획이다. 복원 시점부의 폭은 12.8m에서 23m로 넓어진다. 또 복개천 지하에 있는 6700여개의 기둥도 복원 후 양쪽 2차로 도로를 지탱할 2700개가량만 남겨두고 모두 없애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비가 오면 도시 표면에 쌓인 각종 오염물질이 빗물에 쓸려 청계천 물을 더럽힐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네모난 하수관의 용량을 평상시 오수량의 3배로 확충하고 하수관과 강물 사이에도 별도의 차단벽을 쳐 이중 안전장치를 만든다.
그러나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큰비가 내리면 오수가 차단벽을 넘어 청계천으로 흘러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오염도가 심한 강우 초기의 빗물은 하수관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둔치는 잠긴다=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하천 양쪽 둔치는 하루 80㎜ 이상의 집중 호우가 내릴 경우 물에 잠기게 된다. 과거 강우통계로 보면 하루 80㎜ 이상 비가 내리는 날은 1년에 3번 정도.
둔치가 침수되면 조경을 위해 심어놓은 나무와 풀, 시설물들이 물에 휩쓸려 유실될 수밖에 없다.
정형식(鄭亨植·토목공학과) 한양대 교수는 “청계천의 수위가 높아져 둔치가 잠기면 도심의 온갖 오염물질이 둔치를 뒤덮어 청계천을 흉물로 만들 것”이라며 “하천을 더 깊고 넓게 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원추진본부 관계자는 “왜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느냐”며 “부족한 예산과 공사 기간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다리1개 시민성금으로 건설 추진▼
청계천에 놓일 21개 다리를 건설하는 데 시민의 성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순직(金淳直) 서울시 대변인은 14일 “이명박(李明博) 시장이 청계천 다리를 건설할 때 시민에게서 성금을 모아 ‘시민의 다리’로 만드는 방안을 내놓았다”며 “시민이 21개 다리 가운데 하나를 골라 원하는 만큼 성금을 내면 인터넷에 기탁자 명단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계천에 건설될 21개 다리의 설계 공모에는 현재 국내외에서 455개 작품이 접수됐다. 당선작은 이달 말 선정될 예정이다.
한편 김 대변인은청계천복원사업과 관련해 “경찰과 해당 구청, 주민 등과 충분히 협의해 청계천복원사업과 교통대책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광교, 무교동으로 이전 복원 검토▼
청계천의 광교를 복원 시작지점 근처인 중구 무교동 쪽으로 이전해 복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광교가 복원될 청계천 물길의 북동쪽으로 벗어나 있어 원위치 복원이 어렵다”면서 “복원 시작지점 바로 아래인 무교동 쪽을 광교 이전 복원 후보지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추진본부가 무교동 근처를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은 이곳의 청계천 물길 폭이 광교의 길이(12m)와 맞고 광교 원위치와 가깝기 때문.
추진본부는 또 광교를 무교동 근처로 이전 복원할 경우 교량의 안전을 위해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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