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대는 성균관대 수학과 이우영(李又英·48·사진) 교수를 수리과학부 교수로 임용했다. 이 교수는 성대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마친 순수 국내파.
전체 교수 1546명 중 모교 출신이 95%나 되는 서울대가 다른 대학 출신을, 그것도 국내 대학 박사를 임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교수는 국내 다른 대학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정년을 보장받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것은 탁월한 실력 때문. 해석학분야 국내 일인자로 2001년 대한수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이 교수는 양자물리학의 근간이 되는 ‘작용소 이론(operator theory)’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수학회는 이 교수의 이론을 단행본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또 대한수학회 편집이사로 재직하면서 대한수학회 학술지가 국제과학논문색인인용(SCI)에 등재되는 데 공헌했다.
서울대는 지금까지 다른 대학 교수를 스카우트할 때 직급을 낮춰 부교수로 임용해왔으나 이 교수를 ‘모셔오기’ 위해 정교수에 정년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지난해 새로 임용된 서울대 교수 130여명 중 정교수로 임용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한종규(韓鐘圭) 학부장은 “이 교수는 학계에 명성이 있어서 이 교수를 모셔오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 학부 교수 모두 환영했다”며 “정년 보장은 훌륭한 교수에 대한 예우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측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도 이 교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성균관대 때문에 막판까지 가슴을 졸였다. 성균관대는 이 교수의 연구를 돕기 위해 조교수급 ‘연구교수’를 특별 임용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학교에 남을 것을 권하는 동료 교수들의 호소를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교수들의 자유로운 대학간 이동이 학문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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