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농민 경찰과 충돌 실명위기…가해 책임 증언 엇갈려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48분


시위에 참가한 한 농민이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눈을 심하게 다쳐 사고 책임을 놓고 농민들과 경찰이 맞서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16일 한국-칠레간 자유무역협정 체결반대 시위를 벌이던 농민 황모씨(35)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왼쪽 눈 각막이 찢어져 실명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전농에 따르면 황씨는 14일 오후 8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시위 농민 200여명과 진압 경찰 500여명이 몸싸움 벌이는 장면을 촬영하다 경찰쪽에서 날아온 물체에 눈을 맞았다는 것.

황씨를 수술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담당 의사는 “각막이 7㎜가량 예리한 물체에 찢겼으나 눈에서 금속이나 유리 등 이물질이 발견되지는 않았다”며 “황씨는 현재 50㎝ 정도 앞의 손가락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며 눈에 염증이 생기지 않는다면 물체를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는 정도로는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농민은 “황씨가 캠코더로 시위 장면을 촬영하다 카메라를 경찰쪽으로 향하는 순간 날아온 유리병 같은 물체에 눈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측은 “진압 도구는 방패와 경찰봉뿐이었다”며 “오히려 농민들이 던진 병이 경찰 방패 등에 맞고 파편이 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전농측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뭔가를 던지는 장면이 담긴 사진 증거물이 있다”며 “이번주 초 대책위를 구성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을 상대로 형사·민사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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