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은 검찰이 만든다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48분


사상 처음으로 평검사들이 난상토론을 벌여 만든 검찰 개혁안은 검찰 스스로 자율 개혁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인수위에서 검찰개혁안이 논의되고 경찰 수사권 독립이 이슈로 등장한 이후 대검이 전국 평검사들의 의견수렴 형식으로 기획한 것이기는 하지만 과오에 대한 자성과 국민신뢰 회복 방안이 여과 없이 논의된 것은 의미가 있다. 어느 조직이든 스스로 개혁을 못하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상명하복을 골간으로 하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유지하되 검사의 항변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은 인수위의 개혁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각종 게이트에서 검찰 지휘부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수사가 왜곡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됐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지나치게 경직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비공식 채널 혹은 접촉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이러한 사안 발생시 평검사회의의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는 견해도 참신한 발상이다. 검찰 간부들이 인사권을 쥔 청와대와 법무부의 눈치를 살피며 사건을 왜곡시킬 염려가 생길 경우 평검사회의는 정치적 외압에 대한 방호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검사장 승진심사나 검사 인사 때 다른 검사들의 평가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안은 기업의 다면평가제와 같은 발상이라고 할 만하다. 지연 학연의 내풍과 정치권의 외풍에 의해 흔들린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평검사가 포함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 추천위원회 등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하게 돼 있는 현행 헌법 및 법률과 상치된다. 평검사들이 검찰의 최고 지휘자를 청문하고 추천한다는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능에 대한 침해 논란을 빚을 수 있으며 세계 어떤 나라에도 유례가 없다. 모든 것을 평검사들이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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