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중상자가 54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대구시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11시반 현재 “시신 52구를 병원에 안치했으며 객차 안에서 추가 발견된 시신 70여구의 신원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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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명피해 커진 3대 이유 |
현장 조사 결과 전동차 객차의 문이 수동으로 열리지 않아 승객 상당수가 객차 안에서 질식해 숨진 것으로 채 발견돼 지하철 전동차의 구조적 결함이 드러났다. 불에 타버린 2개 전동차의 객차 12량 곳곳에는 승객들이 뒤엉킨 채 숨져 있었다.
이와 함께 대형화재가 발생했는데도 반대편에서 오던 전동차가 멈추지 않고 사고역까지 계속 진입하는 바람에 불이 옮아 붙어 피해가 커지는 등 지하철 비상운행체계에도 큰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불을 지른 뒤 부상자 틈에 끼어 병원에 입원했던 김대한(金大漢·56·무직·대구 서구 내당동)씨를 긴급체포해 방화 경위를 조사 중이다.
또 대구중부경찰서는 맞은편에서 오던 1080호 승객 사망자가 더 많은 것을 중시, 기관사 최상열씨(39)의 신병을 확보하고, 최씨가 승객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전동차 문을 열어 주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사건 발생=18일 오전 9시53분경 반월당역쪽에서 중앙로역으로 진입해 정차한 대구지하철 1호선 1079호 전동차(기관사 최정환) 5호 객차에 타고 있던 범인 김씨가 객차 안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했다. 김씨는 검은 가방에 휘발유가 든 페트병 2개를 숨기고 있다 전동차가 역에 정차한 직후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승객 박금태씨(37·대구 남구 대명동)는 “푸른색 체육복 차림의 김씨가 중앙로역에 도착하기 직전 가방에서 페트병을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 했다”며 “주변에 있던 승객들이 달려들어 제지하려 했으나 김씨가 불이 붙은 병을 객실에 던졌다”고 말했다.
불은 순식간에 전동차 내부의 의자와 인화성 내장재에 옮아 붙어 객차 6량으로 번졌으며 때마침 반대편에서 중앙로역에 도착한 상행선 1080호 전동차 6량에도 옮아 붙어 피해가 더욱 커졌다. 1080호 전동차는 화재로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중앙로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불은 두 전동차의 객차 12량을 모두 태우고 이날 오후 1시30분경 진화됐으나 지하에 가득찬 유독가스 때문에 인명구조와 사고수습이 늦어졌다.
▽인명피해=이날 화재로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화상을 입거나 유독가스 등에 질식해 이창용씨(57·대구 동구 신암동) 등 승객을 비롯해 대구시지하철공사 직원 등이 현장에서 숨지거나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
경찰에는 이날 157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돼 현장수색이 진행될수록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19구조대와 경찰은 유독가스와 연기가 분출되는 바람에 현장 접근이 어려워 사건 발생 5시간이 지난 후에야 지하철역 구내에서 24명의 시신을 처음 발견했다. 이어 불탄 전동차 내부를 확인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시신들을 수습했다.
현재 부상자 140여명은 동산의료원과 경북대병원 등 대구시내 8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대구시와 지하철본부, 소방본부 등은 현장에 지휘본부를 설치하고 소방관 등 인력 1300여명과 각종 장비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벌였다.대구=특별취재팀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입은 사고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문제를 검토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현지에 급파한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임인택(林寅澤)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행정 재정 금융 세제상의 특별 지원이 이뤄지며,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사고 피해보상이나 복구를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국가는 또 사상자 보상금의 50% 범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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