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는 올해부터 울진군에 경북해양과학연구단지를 대대적으로 추진해 바다에 대한 희망이 넘치는 신해양시대에 접어든다고 했습니다. 며칠전에는 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설명회도 열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2007년까지 무려 800억원을 투자해 해양생명과학연구단지 체험형 해양과학관 해양레포츠 단지 등을 조성하게 됩니다. 바다를 주름잡던 신라인 장보고의 위대한 이상이 부활하는 것이라며 거창한 의미도 부여했습니다.
지사께서는 경북 동해안에 ‘바다’를 공부하는 학교가 몇 곳인지 아십니까. 해양수산을 교육하는 학교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해양수산 관련 대학학과(1곳)의 실정이 어떤지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까.
지사께서는 언젠가 “교육은 교육청이 있으니까 도(道)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고 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300만 경북도민’은 곧 ‘300만 학부모’라고해도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도민’이라는 추상적 묶음보다는 ‘학부모’라는 명칭이 주민들에게 더 와닿을지도 모릅니다.
포항에 있는 해양과학고를 비롯해 구룡포와 울릉에 있는 해양수산 관련 교육현장은 문을 닫기 일보 직전입니다. 해양수산 관련 고교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마지못해’ 진학합니다. 해양수산교육은 벼랑끝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형편입니다.. 학생들에게는 바다를 공부한다는 자부심을 찾을 수 없고 학부모들은 자녀가 해양수산학교에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지경이지요.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바다에 대한 온갖 장밋빛 개발전망을 쏟아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800억원은 엄청난 돈입니다. 학부모인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세금이지요. 이 돈의 100분의 1이라도 해양수산교육에 투자해 해양수산학교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부터 ‘바다’가 희망의 터전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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