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사건 용의자 김모씨(56·대구 서구 내당4동)의 경우, 평소 앓아온 우울증과 ‘인격장애’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성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든 우울증 환자가 공격성을 갖는 것은 아니며 대개의 경우 오히려 반대로 자기 비하나 학대의 양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라고 해서 위험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금물이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완치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權俊壽) 교수는 “뇌중풍 환자의 3분의 1 내지 절반가량에서 심한 우울증이 나타난다”면서 “일반적으로 중병을 앓게 되면 부정→분노→우울→수용의 단계를 거치는데 분노나 우울증은 삭이지 못하면 밖으로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김씨는 기분이 때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며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계선 인격장애’와 자신의 기분만을 중요시하고 법이나 규범을 무시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우울증이 생기면 이를 외부로 발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지난달 21일 부인을 살해한 백모씨(43·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실력을 인정받던 광고사 대표였지만 우울증과 ‘경계선 인격장애’로 인한 순간적인 충동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또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구 방학동 방학역 앞에서 지나가던 행인 2명을 흉기로 찌른 허모씨(36)와 같은 해 7월 부산에서 꾸중을 하는 어머니와 형을 흉기로 찌른 손모씨(22)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1년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범죄는 모두 1447건으로 이 중에는 살인 36건, 강도 32건, 방화 6건 등 강력 사건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우울증이나 인격장애를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범죄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 2001년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2591명 중 1737명이 전과가 있었고 5범 이상인 경우도 전체의 25%였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지용(全志庸) 박사는 “우울증은 뇌중풍, 당뇨병 등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뇌질환”이라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경제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어려운 도시 빈민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범죄 예방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최근 발생한 우울증, 인격장애 등으로 인한 범죄 | ||
날짜 | 사건 개요 | 특이사항 |
2002.05.28 | 서울 성동구 마장동 유모씨(36)가자고 있는 아버지 둔기로 살해 | 인격장애 |
2002.09.05 |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서 황모씨(53)가 교회 선교원 지하식당에 난입해 유치원생 10여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경상을 입힘 | 정신병력 |
2002.12.16 |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허모씨(36)가 지나가던 행인 2명을 흉기로 찌름 | 우울증 |
2003.01.21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백모씨(43)가 부인을 목졸라 살해 | 피해망상우울증 |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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