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대구지하철 ‘화재경보’ 무시했다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25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방화 참사 발생 당시 대구지하철공사 기계설비사령실에도 ‘화재발생’ 경고 메시지가 알려지고 비상벨이 함께 울렸으나 직원들이 이를 무시한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번 참사는 운전사령실 근무자와 전동차 기관사들뿐만 아니라 지하철공사의 관련 부서 대다수가 무책임하거나 미숙하게 대응해 인명 피해가 확산된 인재(人災)로 밝혀지고 있다.

또 23일 현재 발굴작업이 반쯤 이뤄진 1080호 전동차의 객차 6량 가운데 1∼4호 객차에서 10여구, 5호와 6호 객차에서 각각 30여구 등 모두 70여구의 시신이 수습돼 발굴이 모두 끝나면 이번 참사로 희생된 사람은 당초 파악된 것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사고대책본부는 1080호 전동차 내의 시신을 79구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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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경찰청은 이날 대구지하철공사 이모 기계설비사령팀장 등 기계설비사령실에 근무하던 직원 3명이 18일 오전 9시53분경 화재경보음이 울리고 ‘화재 발생’이라는 문자 경보가 상황판에 나타났으나 이를 단순한 ‘기계 오작동’으로 판단해 운전사령실에 즉각 통보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기계설비사령실 직원들의 혐의 사실에 대해 보강 조사한 뒤 전원 업무상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1차 형사처벌 대상자는 1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은 또 대구지하철 전동차 내장재에 대한 검사 및 시험에서 합격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전동차 제작과 납품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전면 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전동차에 불을 지른 김대한씨(56)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 치사상 혐의로, 화재 현장으로 전동차를 몰고 간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상열씨(39) 등 기관사 2명과 초동조치를 소홀히 한 종합사령실 직원 3명, 중앙로역 역무원 이모씨 등 7명에 대해 업무상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 밖에 경찰은 화재 당시 1079호 기관사와 사령실간의 무선교신 녹취록을 확보하기 위해 이날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대구지하철공사 경영진과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대구시 관련 부서에 대해서도 조사해 혐의 사실이 드러나면 전원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23일 현재 사고대책본부와 경찰이 중간 집계한 인명 피해 현황은 사망 133명(신원 확인 54명, 미확인 79명), 부상 146명, 실종(신고) 345명 등이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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