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바라보는 '곰신' 될꺼야"

  • 입력 2003년 2월 24일 16시 53분


'너만 바라보는 바보가 될 거야.'

군대에 간 애인을 기다리는 20대 여성 네티즌들의 모임이 늘고 있다.

이들은 "애인이 군에 가 있는 동안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자신들을 '곰신(고무신의 준말)'이라고 부르면서 인터넷 카페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정기적인 모임도 갖고 있다.

현재 D 인터넷 카페에만 50여개의 관련 사이트가 운영 중. 카페 대화방 이름은 '사군사모(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 보낸 사람들의 모임)' '고무신들의 외길 사랑' '2년 2개월의 기다림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군에 빌려준 사람들의 방'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카페 대화방을 통해 군에 간 애인에 대한 그리움과 애인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외로움 등을 서로 얘기하고, 애인과 함께 찍은 사진 등 추억거리들도 올리고 있다. 또 군사비밀과 관련된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는 보안수칙도 마련하고 있다.

이들 '곰신'들은 노도부대, 백두산부대, 해군 등으로 애인들의 부대를 한정해 만남을 갖고 있으며 함께 면회도 가고 있다.

D 카페 '강원 홍천 군대에 애인 있는 사람들의 모임'의 운영자인 장효린씨(25·여·서울 도봉구 상동)는 "회원들끼리 대화를 하다보면 외로움을 달래고 고민도 풀 수 있다"며 "군에 간 애인에 대한 '외길 사랑'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이 모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곰신'들 중에는 군에 간 애인이 오히려 배신했다며 모임에서 탈퇴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D 카페 '행복한 기다림' 회원 이모씨(24·강원 속초시)는 "모임에서 탈퇴하는 회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요즘은 군에 간 남자들이 여자 애인에게 절교를 선언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속초=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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