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민노총 출신 울산동구 이갑용 구청장 행보 논란

  • 입력 2003년 2월 24일 17시 28분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울산 동구 이갑용(李甲用·44) 구청장이 경찰의 출석 요구와 주민들의 불법 시설물 강제철거 요구를 계속 묵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울산동부경찰서는 이 구청장이 지난해 11월 공무원 노조 출범과 관련해 행정자치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구청 공무원 442명 중 240명에게 연가를 허가한 것은 지방공무원법 위반이라며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이 구청장은 그러나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며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 울산지역본부 동구지부 김갑수(金甲洙·39) 지부장은 “공무원들의 집단연가 때문에 민원인이 불편을 겪지 않았는데 현직 구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최근 검찰과 경찰에 소환철회를 촉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 구청장은 또 현대중공업 해고자들이 불법으로 설치한 컨테이너 농성장에 대해서도 ‘강제철거 불가’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해고자 13명 가운데 4명을 복직시키고 9명에게는 위로금으로 1∼3년간의 임금(2800만∼1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해고자 문제를 청산키로 하자 조돈희(趙敦熙·47)씨 등 3명은 “일방적인 합의”라며 지난달 9일부터 회사 정문앞 인도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47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 해고자 신분이기도 한 이 구청장은 담당 부서가 5차례 신청한 ‘자진철거 촉구 계고장’에는 결제했지만 강제철거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강제철거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진정과 농성이 잇따르고 지난 18일에는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 김모씨(42)가 이 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이 구청장은 “해고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 강력한 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구청장이 법을 무시한다면 앞으로 구청의 법 집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