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대구시민회관 2층 야외 복도. 영남대 심리학과 전종국(全鐘國·43) 교수와 경북대 교육학과 김진숙(金鎭淑·42) 교수가 아들을 잃고 고통을 겪고 있는 고모의 위로 방법을 알기 위해 찾아온 20대 남자를 상대로 심리 상담을 하고 있었다.
전 교수 등은 “고모와 함께 슬퍼하고 말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조용히 손만 잡아줘도 고모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2년 전부터 심리학과 교수 등 80여명의 심리상담 전문가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심리상담을 해온 이들은 사고 당일 문상하러 간 병원에서 사고 희생자들이 응급실로 실려오는 모습을 보고 사고현장으로 가서 도움을 주기로 결심했다.
전 교수는 “수십명의 가족들이 오열하면서 넘어지고 쓰러지는 모습들이었다”며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보면서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대구시에 상담 부스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다음날인 19일부터 매일 오전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은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상담을 신청하는 사람도 유가족보다는 희생자 친지 등 주변 인물들이 유가족을 위로하는 방법을 물어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 1년 정도 지속적으로 유가족 등을 상담해 줄 생각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상담하러 오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며 “사회가 유가족 등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상담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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