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신뢰상실이 특검 불렀다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06분


검찰이 내놓은 개혁 방안은 평검사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형식을 빌리긴 했으나 대통령직인수위가 제시한 개혁안의 주요 골자를 대부분 수용함으로써 여전히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혁안의 핵심은 한시적으로 특별검사를 상설화하는 데 맞추어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 기능을 없애고 국민적 의혹을 받는 권력형 비리 수사를 특별검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한 것이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검찰총수의 뜻에 따라 수사 결론을 내려온 검찰총장 직할 부대로서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선택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결정이겠지만 자업자득이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김대중 정부의 각종 권력형 게이트 수사에서 번번이 진상 규명에 실패하고 특별검사에 의해 수사결론이 뒤집어지는 일까지 생기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상설 특별검사 제도는 검찰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그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는 정치권의 불간섭 노력과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 특별검사의 원조인 미국에서도 특별검사 제도가 예산 낭비와 효용성 논란이 일면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퍼 게이트’ 이후 폐지됐다. 검찰의 수사가 하루빨리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해 특별검사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돼야만 명실상부한 검찰의 독립이 이뤄지고 검찰의 개혁은 완성될 수 있다.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시키고 9명 위원 가운데 외부 인사를 4명 참여시킨 것도 주목할 만한 개혁이지만 과연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지연 학연 인사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검사의 이의제기권 보장이나 법무부장관의 사건지휘 서면화 등은 쓰디쓴 실패를 거울삼아 마련한 제도로 해석된다.

오늘의 검찰은 수모에 가까운 개혁안을 내놓게 된 원인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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