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얼마나 더 늘어나나=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관리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5호차와 6호차에서 각각 34구, 4호차에서 6구, 3호차에서 2구의 시신이 확인됐다. 수습 작업은 1호차 약 30%, 3호차 약 20% 등 전체적으로 60% 정도가 진행됐다.
국과수 관계자는 “6호차에 대해 5시간 동안 정밀 감식한 결과 내장재가 타버린 흔적으로 생각했던 일부 잿더미 속에서 7구의 시신을 추가 발굴했다”고 말했다.
집단사망자관리단의 이원태(李垣兌) 단장은 “열쇠 꾸러미, 시곗줄, 반지 등 유류품이 상당히 많이 나왔고, X선 촬영 결과 금속조각 등이 상당히 많았다”며 “유류품이 많이 나와 신원 확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결과에 따라 지하철 방화사건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수는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보다 30∼40명이 늘어난 160∼17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까지 경찰측이 공식 집계한 사망자수는 신원이 확인된 47명, 미확인 7명, 그리고 전동차 내에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79구의 시신까지 모두 133명이다. 또 신고된 실종자가 이날까지 340명에 이르고 있어 사망자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시신 발굴 어떻게=시신 발굴에는 국과수 집단사망자관리단과 경북대 법의학팀을 비롯해 6개 기관의 전문가 85명이 투입됐다. 이는 단일사건으로는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 최대 규모다. 삼풍사건 때는 유류품 확인 등을 위해 난지도매립장에 100여명의 감식전문요원이 투입된 적이 있다.
경북대팀 15명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5호차에 단독 투입됐다. 소속이 다른 감식팀이 섞여 투입될 경우 혼선이 있을 수 있고, 지역정서를 감안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시신이 많이 발견된 6호 객차에는 국과수 집단사망자관리단 45명 중 절반이 투입됐다. 나머지 20여명은 1∼4호차에서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 과학수사반 15명은 유류품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팀 소속 2명은 발굴 시신에서 유전자를 떼어내 신원확인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연세대와 조선대 법의학팀 각각 4명은 치아감식을 하고 있다.
객차 내 시신 발굴작업은 가로 1m, 세로 70㎝를 한 구획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이 구획 내의 유골을 수습해 사망자수를 먼저 확인하고 있다.
▼‘우왕좌왕’ 참사현장▼
대구지하철 사고대책본부와 경찰이 유력한 유품과 시신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중앙로역 방화 현장을 청소해 버리고, 유족들이 반발하자 뒤늦게 재조사에 나서는 등 사고 수습에서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쓸어모은 유류품 일부는 아예 청소 쓰레기로 분류돼 차량기지로 옮겨진 뒤 24일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다.
특히 지하철 안전운행의 핵심부서인 대구지하철 종합사령실의 경우 경찰 조사를 받느라 상당수 인력이 빠진 상태에서 지하철 운행을 통제하고 있어 또 다른 안전불감증을 보이고 있다.
▽종합사령실의 땜질식 근무=종합사령실은 지하철 운행을 통제하는 핵심부서. 운전 전력 신호 통신 설비 등 5개 사령실로 구성돼 있다. 사고 이후 운전사령실에 근무하는 직원 3명이 경찰의 조사를 받는 동안 업무공백이 생겼다. 대구지하철공사측은 다른 부서의 인원을 빼내 대체인력을 급히 투입했으나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5개 사령실을 총지휘하는 종합사령팀장 곽모씨(52)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이 신청돼 현재 팀장은 행정직 간부가 대행하고 있어 사실상 업무총괄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하철공사 직원들은 “평소에도 업무량이 많아 30개역을 통제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번 사고 이후 경찰 조사를 받느라 상당한 공백이 생겼다”며 “이 과정에 또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무질서한 사고 현장=참사가 빚어진 중앙로역에 대한 현장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22일부터 유족과 시민들이 수천명이나 몰려 현장 보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시민 애도의 날인 24일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시민들이 중앙로역 사고 현장으로 몰려들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지하철공사와 사고대책본부측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안전조치도 하지 않았다. 지하철공사측은 22일 실종자 가족 등이 지하철 운행 중단을 요구하며 중앙로역으로 들어서자 이전까지 통제하던 사고 현장을 전면 개방, 사고 현장이 훼손되고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24일부터 경찰의 재조사가 시작되자 다시 사고 현장을 통제하는 등 원칙 없는 모습을 보였다.대구〓특별취재팀
▽허술한 현장 보존=대구지하철공사 사고대책본부는 사고 다음날인 19일 경찰의 1차 감식이 끝나자마자 직원과 군인 등을 동원해 역 대합실과 지하 3층 사고 현장을 물청소했다.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은 “조치가 성급하다”며 즉각적인 작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뒷정리’는 서둘러 계속됐다. 차량기지로 옮겨진 유류품과 폐자재 등은 포대에 담긴 채 23일 내린 빗물에 젖어 유족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유류품 20여점을 추가로 발견하자 경찰은 24일 부랴부랴 사고 현장에 대한 재조사에 나섰다.
사고대책본부측은 “지하 3층 사고 현장까지 청소를 하고 유류품을 옮긴 사실은 몰랐다”고 변명해 무사안일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사고대책본부와 지하철공사, 경찰이 사고 당일 밤 불에 탄 전동차 모두를 월배 차량기지로 옮긴 것도 문제. 법의학 전문가들은 “서둘러 전동차를 옮기는 바람에 현장보존에 실패했다”며 “이는 마치 ‘개구리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을 때 경찰이 유골을 마구 파헤치는 바람에 사망 당시 정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실수’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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