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防災)전문가인 용인대 김태환(金泰煥·도시방재학) 교수와 함께 24일 코엑스몰을 비롯해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월드, 동대문구 의류상가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들을 찾아 안전수준을 긴급 점검했다.
▽소방시설 엉망=대형 서점, 수족관, 식당가 등 200여개의 점포가 몰려 있는 코엑스몰의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계단.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 소화기 보관함이 설치돼 있지만 정작 소화기는 보관함 밖에 방치돼 있었다. 소화기에 마땅히 붙어 있어야 할 점검카드는 보이지도 않았다.
지하 1층에서 지하 2층 복합상영관 ‘메가박스 시네플렉스’로 내려가는 계단은 조명시설을 갖춘 반투명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김 교수는 “보기엔 좋지만 불이 나면 녹아 내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롯데월드로 이어지는 지하통로. 비상문을 따라 이동하자 각종 청소도구가 통로를 막았다. 화재시 유독가스를 건물 밖으로 배출하는 제연기구는 수북하게 쌓인 화장지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서울의 소방검사 대상 건물 (자료:서울시 소방방재본부) | |
구분 | 건물 수 |
재래시장 | 157 |
백화점 | 28 |
호텔 | 110 |
병원 | 108 |
공장 | 3,039 |
지하상가 | 28 |
복합건물 | 14,990 |
근린생활시설 | 60,377 |
기타 | 20,938 |
총계 | 99,775 |
▽턱없이 부족한 피난통로=지난해 개장한 동대문의 대형 의류상가 ‘헬로 에이피엠’(지하 1층, 지상 11층). 거의 모든 층마다 다닥다닥 붙은 점포들에 가려 비상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상가측은 “건축법에 따라 적법하게 지은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코엑스몰 메가박스 시네플렉스의 매표소 홀. 중앙계단 외에 양쪽에 비상문이 있었지만 대피 동선(動線)을 알려주는 비상유도등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롯데월드의 ‘버추얼게임 타운’도 마찬가지. 비상유도등은 동굴장식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겨우 유도등을 찾아 따라나가자 유모차 200여개가 통로의 절반을 가로막고 있었고, 외부로 통하는 1층 문은 잠긴 채 의자로 막혀 있었다.
김 교수는 “그래도 방재시설이 잘 돼 있다는 코엑스 등도 화재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소방법 재난관리법 등 관련 법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점검도 형식적=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백화점 호텔 지하상가 재래시장 등 시내 9만9775개 건물에 대해 소방점검을 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21개 소방서에서 소방점검 업무를 맡고 있는 인력은 불과 144명. 따라서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을 갖추고 있는지, 유사시에 대피할 비상구는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일일이 챙기기는 아예 불가능하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실제로 각 건물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자체 점검결과를 대충 살펴보는 것 외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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