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재혼자녀의 친부姓 따르기

  • 입력 2003년 2월 25일 19시 43분


▼'姓 다른 아버지' 둔 자녀 피해 덜어줘야▼

친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현행법은 재혼 가정에 두번의 상처를 준다. 힘겨운 과거를 가진 두 가정이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마당에 어머니쪽 자녀는 아버지와 형제와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서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실제 내 주변에도 과거 어머니가 재혼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항상 자신의 아버지나 동생과 성이 다른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시달려야 했고 이 때문에 가족 얘기를 극도로 꺼렸던 기억이 난다.

친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부계 중심의 법은 고쳐져야 한다. 이 법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혼자 되었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새로 가정을 꾸미려는 사람들에게 이 법이 얼마나 큰 짐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재혼 가정의 자녀가 새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고 놀림을 받는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현실에 맞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법이라면 마땅히 고쳐야 한다.

조성일 서울 관악구 신림8동

▼양부 姓 따르되 상속문제등 합의해둬야▼

재혼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현 추세에 ‘재혼 자녀의 친아버지 성 따르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이가 어머니의 재혼시 양부의 성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결정하기도 섣부른 점이 없지 않다. 물론 아내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로 받아들였지만, 훗날 재산이나 족보 등재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은커녕 싸움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현재의 호주제가 폐지되지 않은 현실에서 자신의 피를 받지 않은 아이가 ‘장자’라는 이름으로 호주를 승계할 때 파장되는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합의에 의한 기재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양부의 성을 그대로 쓰되, 재산문제나 족보 등재 등의 사항에 대한 부부간의 합의사항도 자녀 개인의 가족부(호주제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호적)에 기재해두는 식으로 나중에 닥칠 문제의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

박혜균 경북 울진군 후포면 삼율리

▼다른 姓 갖고도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어머니가 재혼했을 때 친아버지의 성을 따르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재혼한 어머니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단순히 아이의 성을 새 아버지의 그것으로 바꾼다고 깨끗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는 성인으로 자라면서 분명 뿌리를 찾게 된다. 그 때는 ‘나의 성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더 큰 상처를 받거나 자칫 부모가 이를 알려주지 않았다가 근친 결혼까지도 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새 아버지의 성을 따라 가족 구성원간의 일체감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녀의 정체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헤어졌거나 사별한 남편을 배려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가 40세 혹은 그 이상이 되었을 때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새 아버지와 다른 성을 갖고 당당히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강순 인천 계양구 갈현동

▼재혼때마다 姓 바꾸면 정체성 혼란 우려▼

현행 법규상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간 자녀가 성이 바뀌지 않는 현실로 인해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친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른다는 민법 제781조 1항은 성씨의 선택과 변경을 금지하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일부의 주장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민법을 바꾸게 되면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남편과 이혼을 했든 사별을 했든 재혼할 경우 무조건 자녀의 성을 새아버지의 성으로 바꿔야 한다. 만약 그 재혼에 실패해 세 번째로 재혼을 하게 된다면 또다시 성을 바꿔야 하는가. 민법 제781조 1항이 위헌 판정이 나서 재혼할 때마다 자녀의 성씨를 바꾸게 된다면 꼭 유교적인 관념이 아니더라도 그 자식의 근본을 알 수 없는 참으로 우스운 세상이 될 것이 자명하다.

홍관호 대전 동구 가양2동

■다음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미군 용산기지 이전비용 한국 부담’입니다. 국방부는 최근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기본 계획과 대상용지 이전비용 등 상세 계획을 올해 중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기지 이전은 한국민의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비용은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군측도 한국의 전액부담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미군의 일정부분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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