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부 첫 내각의 40대 주인공인 법무 행정자치 문화관광 등 3개 부처 장관들의 첫날은 ‘작은 파격’으로 시작됐다. 직급을 따지지 않는 ‘복도 현장회의’를 제안하는가 하면, 국무위원 ‘배지’를 달지 않겠다는 선언도 나왔다. ‘큰 파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나 이들 장관의 새로운 근무 스타일에 공무원들도 변화를 예감하고 있다.
▽국무위원 배지 안 단다〓27일 취임식에 개인 소유 싼타페 승용차를 손수 몰고 와 화제를 낳은 이창동(李滄東·49) 문화관광부 장관은 28일 “앞으로도 공식 행사를 빼고는 출퇴근 때 개인 승용차나 전철을 이용하겠다. 국무위원 배지도 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보통 2∼3일 걸리는 업무보고를 이날 하루에 다 받았다. 보고를 받을 때 장관실 탁자의 상석에 앉지 않고 실국장과 마주 앉았다. 이 장관은 주로 보고를 듣기만 했을 뿐 좀처럼 코멘트를 달지 않았다. 점심도 문화정책국 보고를 받는 도중 도시락으로 때웠다.
이 장관은 27일 밤 귀가한 뒤 공보관실이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자택으로 보내온 가판 신문을 돌려보냈고 “앞으로 가판 신문을 집으로 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또 “취임 인사차 언론사를 방문하는 관례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복도회의로 직급 파괴〓28일 집무를 시작한 김두관(金斗官·44) 행정자치부 장관은 하루종일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되도록 말을 아끼는 모습. 오후 3시부터 행자부 내 모든 사무실을 방문해 직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눌 때도 간단히 인사만 할 뿐 별 말이 없었다. 다만 남해 군수 시절 알게 된 모 국장을 만나자 “선배님 여기 계셨군요”라며 깍듯이 예의를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장관은 격의 없는 복도회의를 제안했고, 업무보고도 20분으로 제한하자고 말했다.
반면 업무보고는 주말을 지낸 뒤인 4일부터 시작하자고 지시해 직원들에게 여유를 주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관료 중의 관료라는 내무공무원들에게 상당한 변화가 일 것 같다”고 예감했다.
▽존댓말 쓰는 장관〓강금실(康錦實·46) 법무부장관을 맞은 법무부 간부들은 28일 ‘어법’과 ‘격식’에서 변화를 실감했다.
오전 9시경 출근한 강 장관은 이춘성(李春盛) 공보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지시할 때도 ‘간곡하게 부탁’하는 듯한 어조를 썼다. 강 장관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문제 △대북 비밀송금사건 특검법 등을 예로 들면서 “앞으로 신문을 스크랩할 때는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안부터 종합 정리해 주시죠”라고 말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검찰 출신의 이전 장관들은 알고 지내던 인연 때문에 실국장들에게 격의 없는 표현을 썼다”며 “새 장관이 존칭을 써 기분은 좋지만 아직은 어색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경 취재진과 마주치자 “고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말을 하며 환하게 웃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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