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가 교육감 위에 있나

  • 입력 2003년 3월 5일 18시 58분


광주시교육감이 전교조에 인사 잘못을 시인하는 문서를 써준 일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역교육을 총지휘하는 교육감이 외부 압력에 굴복해 ‘반성문’까지 썼다니 이런 나라와 교육시스템을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회의가 생긴다.

이번 일은 절대 일과성 해프닝으로 볼 수가 없다. 교육현장에서 힘의 균형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집단의 힘을 바탕으로 만만치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교육감마저도 전교조를 겁낼 지경에 이르렀다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전교조는 이번에 도에 지나친 행동을 했다. 교육감의 교장 인사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해도 4개항의 요구사항을 문서로 작성해 교육감의 서명을 받아낸 다음 인터넷에 올린 것은 용인될 수 있는 상식선을 넘어선 것이다. 전교조는 인사 잘못을 지적하는 정도에 그쳐야 했다. 이들이 마치 교육감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큰 잘못이다.

해당 교장이 29개항에 이르는 각서를 작성하고 교직원 앞에서 실천을 약속한 것은 더 큰 분노를 자아낸다. 위계질서가 실종되고 위아래가 뒤바뀐 이런 학교에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질서와 규범을 가르칠 수 있으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우리 교육자치의 후진성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전교조가 서명을 요구한다고 해서 반성문을 써준 것이나, 그 이전에 책이 잡힐 인사를 한 것이나 모두 교육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이런 교육감이 선출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은 교육의 혼돈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특히 학교운영권에 대해서는 전교조의 역할에 분명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민주적 학교 운영을 위해 비판과 토론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운영권은 교장이나 교육감에게 있다. 이 같은 원칙이 무너지면 학교는 혼란에 빠지고 교육은 더욱 방향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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