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법무 인사안 수용 불가" 집단반발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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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둘러싸고 검찰이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여 ‘최악의 검란(檢亂)’이 예상되고 있다.

대검과 서울지검 간부들은 6일 오후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고등검사장급 인선 내용 등 파격적인 인사안을 검찰에 전달한 직후 즉각 간부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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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이날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에게 사법시험 14, 15회에서 각각 1명을, 16회에서 2명을 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안을 통보했다. 이는 당초 14회 출신 검사장 중심으로 승진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으로 사시 17회인 정상명(鄭相明) 차관 내정자보다 위 기수인 검사장급 이상 간부 31명 중 과반수인 17명 정도가 옷을 벗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을 뜻한다. 인사안에는 또 사시 13회 출신 검사장 전원 퇴진과 검사장 승진에 사시 22회까지 발탁하는 등의 파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퇴진 대상 간부의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사안을 받아든 김 총장은 즉각 검사장 이상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해 이 회의에서 ‘납득할 만한 인사안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채택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6시반경 강 장관을 만나 이 건의문을 전달했다.

강 장관과 김 총장은 7일 오전 9시경 다시 만나 인사안을 조율하기로 결정했다. 김 총장은 “오늘 각 지검 지청에서 열린 회의 결과를 취합해 내일 장관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부장검사 24명도 인사안 내용을 전해들은 뒤 2시간가량 회의를 열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서울지검을 포함해 부산지검 인천지검 울산지검 등 전국 13개 지방검찰청 대부분에서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안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집단행동은 자제하기로 했으며 장관과 총장이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검의 한 검사는 “장관이 총장과 협의도 하지 않고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절차가 문제”라며 “건의문 발표와 연판장 및 집단 사표 제출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이종찬(李鍾燦) 서울고검장과 김승규(金昇圭) 부산고검장, 한부환(韓富煥) 법무연수원장 등 김 총장의 사시 동기생 3명(사시 12회)과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로 물의를 빚었던 김대웅(金大雄·사시 13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김 연구위원의 징계건의를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청와대, “대통령에 대한 도전”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6일 고검장 인사를 둘러싼 검찰의 반발 움직임과 관련해 “인사권자가 한 인사에 대해 반발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대통령이 사법시험 17회 출신을 차관으로 임명한 마당에 16회 출신에서 고검장이 나온다고 검찰이 반발한다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안정적인 인사를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면서 “차관이 17회인데 고검장을 15회 이상으로 건너뛰지 않은 것은 강 장관이 상당히 노력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수석은 또 “검찰에 대한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검찰 인사를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강 장관의 인사방침엔 대통령의 신뢰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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