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홈페이지 접속도 노조 활동?… 근무시간 접속 차단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35분


‘회사원들이 근무시간에 노조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은 노조 활동에 해당할까.’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는 최근 디지털시대의 노조활동 개념과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연구원측은 연구원들이 연구와 무관한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데이터를 내려받아 인터넷망에 부하가 걸릴 뿐 아니라 연구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지난달 28일 비업무용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차단된 사이트에는 증권과 게임 영화 등은 물론 이 연구원의 노조 홈페이지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연구원측은 이번 조치가 고의적으로 노조 홈페이지 접속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근무시간 중 노조 홈페이지 접속 차단이 규정상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원측은 그 근거로 ‘전임자를 제외한 노조원은 근무시간에 노조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이 연구원 단체협약 21조를 제시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노조 사무실에 모여 쟁의 문제를 협의하거나 피켓 시위를 벌이는 행위를 노조활동으로 여겼으나 이제는 노조 홈페이지에 접속해 비판적인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노조활동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인 만큼 노조활동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노조측은 연구원측이 노조 홈페이지에 경영진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고의적으로 접속 차단 조치를 취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측은 “노조 홈페이지 접속 차단이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3일 연구원을 대전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연구원측이 노조 홈페이지 접속을 노조활동이라며 차단하면서도 민주노총이나 과학기술노조 등의 홈페이지 접속은 차단하지 않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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